빨간 셔츠-검은 바지 입은 우즈, 전세계를 설레게 한 복귀전

0
201712041146316131.jpg

복귀전 마지막 라운드 빨간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타이거 우즈(미국). © AFP=News1

201712041146315024.jpg

타이거 우즈(미국). © AFP=News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마지막 라운드 옷차림은 예전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빨간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라운드를 돌았다.

단지 옷만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지막 날 4언더파를 추가하며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쳤다. 18명만이 출전한 대회이기에 ‘톱10’의 의미는 크지 않지만 우즈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우즈는 4일(한국시간) 바하마 나소의 알바니 골프클럽(파72·7302야드)에서 막 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해 맷 쿠차(미국)와 함께 공동 9위를 기록했다.

우즈가 4라운드 경기를 끝까지 마친 것은 1년만이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이 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고 공동 15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로는 다시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올 1월 나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컷탈락했고, 2월 유로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1라운드 경기를 치른 뒤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다. 이후 4월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달린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10개월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우즈가 10주 이상 공백 이후 치르는 10번째 복귀전이었다.

앞선 9번째 복귀는 실망스러웠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톱랭커’들과 겨루면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라운드에서 69타를 쳤고, 2라운드에서도 68타로 이틀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는 전반에 5타를 몰아치며 한때 선두에 나서기까지 했다.

3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잠시 주춤했지만, 마지막 4라운드에서 다시 힘을 냈다. 이글 한 개를 포함해 4언더파를 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7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곧장 그린에 올린 뒤 7m가량의 이글 퍼팅을 성공시켜 갤러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우즈 역시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기쁨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 온 허리 통증은 이번 대회에선 재발하지 않았다. 9번째 복귀 후 경기 도중 허리 통증에 얼굴을 찌푸렸던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는 내내 편안해 보였다. 그 역시 "라운드를 돌 때 뿐 아니라 밤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PGA투어의 정상급 선수들 못지 않았던 파워와 스피드를 보여줬다는 점도 우즈의 몸상태를 설명해준다.

우즈는 1, 4라운드에서 PGA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 저스틴 토마스(미국)와 함께 경기를 치렀는데, 비거리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드라이브샷의 평균 볼 스피드도 시속 179마일로, 이는 지난 시즌 PGA투어의 19위에 해당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리키 파울러(미국)가 "우즈가 연습라운드에서 나보다 비거리가 멀리 나갔다"고 했다가 진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우즈의 모습을 보면, 파울러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즈에 대한 세간의 기대감은 상당히 커졌다. 지난 8월만 해도 내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즈가 우승했을 때의 배당률이 100대1에 불과했지만 이번대회가 끝난 뒤로는 최대 20대1까지 줄었다.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등에 이어 8~9번째로 높은 우승확률이 점쳐지고 있는 셈이다.

‘골프황제’와는 걸맞지 않은 숫자였던 1199위의 세계랭킹도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우즈는 이번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700위 이내로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이번 대회 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도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한다. 얼마나 많이, 어디에서 할 지는 모르겠다.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히 1년 전에도 복귀전 이후 2개 대회를 더 치르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던 우즈다. 이번 대회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많은 긍정적인 신호를 발견한 만큼 스스로도 신중한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골프황제’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우즈의 경기력은, 다시금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