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정의 엔딩크레딧②]”출근길·야구장·철거현장 어디든 갑니다, 마이크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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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 이하나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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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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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 왼쪽부터 이하나 김민정 염민주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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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김민정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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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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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 김민정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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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사옥. 염민주 MBC 라디오 리포터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 혹시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본 적이 있나요. 흔히 드라마, 영화, 예능의 얼굴은 배우나 MC라고 합니다. 엔딩 크레딧 중 굵은 글씨의 주인공들이 지난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린 무수히 많은 이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스태프’라는 이름에 가려진 이들의 진가.
[윤효정의 엔딩크레딧]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영상의 시대에도 라디오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청취자와 호흡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소리를 발 빠르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라디오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리포터의 영역은 라디오가 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모든 분야와 일치한다. 사건이 있는 곳, 사고가 일어난 곳, 사람이 있는 곳에서 피어나는 모든 소리를 담는다. 철거민들이 용역과 대치한 현장, 서울역 앞 노숙자들이 있는 곳,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있는 곳,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의 출근길 풍경이 펼쳐진 빌딩숲. 어디에나 라디오 리포터들이 있었다. 두 손에 마이크와 녹음기를 들고.

MBC 라디오 리포터 3인방 김민정(40), 이하나(32), 염민주(28) 리포터를 만났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 막내 염민주 리포터의 손에는 마이크와 녹음기가 들려 있었다. 낯선 사진 촬영에 ‘꺄르르’ 웃음이 터진 것도 잠시,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자 낯익은 장비와 공간을 매만지며 나누는 대화에는 애정이 뚝뚝 묵어 나온다. 라디오와 함께, 그리고 청취자와 함께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이들과의 유쾌한 대화다.

[윤효정의 엔딩크레딧①]에 이어→

Q. 라디오 리포터가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민정 “많은 것이 있겠지만 저는 순발력과 공감력을 꼽고 싶어요. 어떤 현장에 가든 공감이 필요합니다. 노숙자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기업의 CEO를 만날 때도 있어요. 아파트 철거현장, 프로야구 결승전 관중석에 갈 때도 있어요.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마음을 열 수 없어요. 예를 들어 노숙자에게 ‘왜 이렇게 힘들게 사나요?’라고 물어보면 안 되는 것처럼. 공감력을 가지고 현장을 보되, 돌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해요.”

염민주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세상에 대한 관심, 호기심이 없으면 정말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요. 담벼락에 붙은 대자보, 시장에서 들려오는 물가에 대한 이런 저런 소리 등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거죠. 실제로 그 관심이 아이템으로 발전돼 방송이 되기도 하고요. 이 호기심이 없어진다면 일을 못할 것 같아요.”

이하나 “저 역시 비슷한 맥락인데, 낮은 자세와 겸손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포터는 유명인만 만나지 않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해요. 모든 사람들을 만날 때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려고 해요. 원고를 쓸 때 늘 생각하는 것 역시 어린이, 학생이 들어도 한번에 이해될 원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모두가 편안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을 하려고 해요.”

Q. 수많은 현장을 나가는 만큼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이하나 “에피소드 이야기하면 끝도 없는데. (웃음) 저는 동물원 취재를 갔다가 큰일을 당한 적이 있어요. 늘 리포터들은 ‘현장에 마이크를 집어넣어라’라는 생각으로 일해요. 현장 녹음을 하는데 아기 코끼리가 오줌을 싸서 마이크에 다 튀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

염민주 “저는 세신사 학원에 취재를 간 적이 있어요. 조그마한 목욕탕 안에 어머님들이 다 옷을 벗고 어떻게 하면 더 시원하게 때를 잘 미는지 배우시더라고요. 저도 지퍼백에 녹음기를 넣어서 취재를 했어요. 어머님들이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고 옷을 벗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면서 때를 밀었는데, 현장의 리얼함을 더욱 잘 담을 수 있었죠.”

김민정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경기는 티켓 구하기가 정말 힘든데 경기장 앞에서 암표를 파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가까이 듣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마이크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 거예요. ‘얼굴을 찍는 게 아니다’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 큰 목소리로 욕을 퍼붓는데 머릿 속이 하얗게 됐어요.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죠. 이런 현장을 겪다 보면 깡이 세질 수 밖에 없어요. (웃음)”

김민정 “방송시간을 지키려고 한밤중에 히치하이킹을 해서 스튜디오에 간 적이 있어요. 마음씨 좋은 화물차 기사님이 태워주셨죠. 방송시간 지키기가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라서 눈앞에 아무 것도 안 보였어요. 이 인터뷰를 빌려서 기사님께 꼭 감사하든 말을 하고 싶어요.(웃음)"

Q.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현장에서는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아요.

김민정 “노숙자를 취재했을 때가 기억이 나요. 지하도에서 몇 시간이나 같이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찌 보면 이들의 힘든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서 말을 꺼내와야 하는데, 그것이 아픔을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늘 엄청난 고민을 합니다. 상처를 주지 않도록, 진정성있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나요.”

김민정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라는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시절에 저도 함께 했어요. 당시 다른 방송국이나 다른 프로그램 취재진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도 ‘시선집중’이라고 하면 들어갈 수 있었죠. 철거민들이 용역과 대치한 현장에서 ‘MBC 라디오 시선집중이다’고 하니 저희에게만 문을 열어주시더라고요. 전기가 다 끊어지고 아이들 분유도 다 떨어진 열악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Q. ‘우리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해줄 것’이라는 청취자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더욱 큰 책임감이 들었겠네요.

“그렇죠. 이 사람들은 ‘시선집중’에서 우리가 왜 이 싸움을 이어나가는지 왜곡 없이 제대로 전달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문을 열어준 거예요. 현장을 제대로 봐야 현장을 전달할 수 있어요. 이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고, 제대로 소리에 담아가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을 취재했죠.”

Q. 리포터로서 나만이 가진 무기가 있다면요.

염민주 “리포터의 가장 기본은 시민과의 인터뷰라고 생각해요. 잘 듣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앞으로 더 경력이 쌓여도 지키고 싶은 원칙이 방송에 30초 짜리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해서 30초만 인터뷰를 하지는 말자는 거예요. 요령껏 필요한 이야기만 유도하지 말고, 더욱 깊게 이야기를 듣자는 거죠. 시간과 일은 늘어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더욱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Q. 리포터로 일하면서 들은 최고의 칭찬, 가장 보람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염민주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좋은 리포팅’이라고 칭찬듣고 인정받았을 때 기쁘죠. 또 저와 인터뷰를 한 많은 청취자들이 방송을 듣고 ‘덕분에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추억이 됐다’ ‘잘 전달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다시 연락을 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감사하고, 기쁩니다.”

김민정 “여전히 MBC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청취자들을 만났을 때요. 수십 명의 시민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때 ‘도를 아십니까’로 오해받고 차갑게 지나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MBC 라디오라고 하면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감사하죠.”

Q. 저 역시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수많은 인터뷰를 하다 보면 꼭 풍성한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웃음)

염민주 “보입니다. 하하. 처음 시민 인터뷰를 할 때 저는 지나가는 모든 분들에게 말을 걸려고 했어요. 그런데 선배들은 가만히 지켜보시다가 갑자기 나가서 인터뷰를 하는데 꼭 성공하시더라고요. 성공확률이 굉장히 높아서 깜짝 놀랐죠. 이것이 경력의 힘인가 싶었어요. (웃음)”

Q. 매체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현대인들이 즐길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라디오의 영향력이 많이 줄었죠. 예를 들면 팟캐스트도 있고, 이미 너무 놀거리, 들을거리, 볼거리가 많아요.

김민정 “그럼에도 라디오가 대체불가의 매체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리포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청취자에게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늘 그들과 함께 있는 매체로 남는 거죠. 많은 매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져도 라디오는 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염민주 “실제로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는 분들이 많이 줄었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라디오는 지금 이 순간 ‘날 것’으로 방송이 되고 있는 거예요. 57분 교통정보는 미리 녹음할 수 없고, 그날의 기상정보도 미리 미리 만들 수가 없어요. 어떤 청취자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라디오를 들으면서 시간을 알게 된다고. 교통정보가 나오면 이제 정각이 되어가는 구나 이렇게요. 일상과 라디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Q. 라디오 리포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염민주 “제가 입사할 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리포터에게 녹음기는 ‘보온병’이라고. 현장의 온도를 녹음기에 담아서 그 온도 그대로 방송에 담는 거죠. 차갑게 얼어붙은 현장, 뜨거운 열기 모두요. 세상의 온도를 전하는 사람으로 있고 싶어요.”

김민정 “저는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청취자와 함께 하길 바라는 사람이며, 늘 라디오를 틀어놓고 사는 사람이에요. 라디오 안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어요. 역사의 현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있을 수 있었어요. 많은 이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일했고, 그 에너지를 좋은 소리로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라디오 리포터는 제 청춘의 기록이며, 젊은 시절의 열정이 담겨 있어요. 그런 열정을 잃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는 리포터를 라디오의 꽃이라고 했다는데, 저는 ‘불꽃’이라고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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