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남북 축구단일팀 강철의 조언 “일생에 또 없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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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남북 축구단일팀의 주역인 강철 FC서울 수석코치는 27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환영의 뜻을 전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갈 것을 조언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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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희 부산 아이파크 사장(왼쪽)은 당시 코치로 단일팀에 참가했다. 고 조진호 감독 역시 남북 축구단일팀 멤버였다. © News1

최만희 당시 코치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한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또 하나의 남북 단일팀이 스포츠사에 등장하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본부에서 남북 대표단과 회의를 갖고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3개 종목, 5개 세부종목 선수 22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도 확정됐다. 전체 엔트리는 우리 선수 23명, 북한 선수 12명 등 총 35명이다. 지휘봉은 한국대표팀의 새러 머리 감독이 잡는다.

이로써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탁구 단일팀, 같은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현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한 축구 단일팀에 이어 3번째 남북 단일팀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아이스하키가 여러 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단체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축구 단일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코치로, 또 주축 수비수로 참가했던 최만희 현 부산 아이파크 사장과 강철 FC서울 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 두 사람은 공히 환영의 뜻을 전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보냈다.

현재 스페인에서 전지훈련 중인 강철 FC서울 코치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왕 어렵게 단일팀 구성이 성사된 것, 선수들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갔으면 좋겠다.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다.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서로 마음을 열고 의지했으면 싶다"는 바람부터 전했다.

강 코치는 "어느덧 27년 전의 일"이라면서도 생생하게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지금하고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 때다. 북한 선수들이 "정말 남한은 가난하냐?" "정말 거지가 많으냐"라고 물어봤던 시절"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서로 어려서부터 축구를 해왔던 이들이 뭉친 것이다. 축구는 하나였고 우리는 단합이 잘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축구단일팀은 총 18명의 엔트리로 구성됐다. 한국을 대표해서는 강철 코치를 비롯해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고 조진호 감독 등 10명이 선발됐고 북한은 8명이 함께 했다. 지휘봉은 북한의 안세욱이, 코치는 한국의 남대식이 맡았으며 트레이너 최만희(남), 문기남(북) 등 남북에 적절히 배분됐다. 그리고 이 단일팀은 조별예선 1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까지 진출했다.

강철 코치는 "호흡도 잘 맞았고 전력도 괜찮았다. 잘했으니까 8강까지 간 것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어 "당시 내가 고참급이었는데, 북한 선수들에게 그랬다. 이왕 단일팀이 됐는데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다. 남북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자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도 ‘우리는 하나다’ ‘지금은 떨어져 있으나 우리는 한민족’이라면서 동조하더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끈끈함이 생겼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지금 생각하니 아쉬움도 있다"고 전했다. 그 아쉬움은, 왜 그때 조금 다가가지 못했을까에 대한 미련이다.

강 코치는 "그때 만해도 통제가 심했을 때다. 식당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따로 앉았고 선수 1명 옆에 꼭 누군가가 붙어 있었다. 말을 좀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사생활에서는 대화가 힘들었고, 운동장 안에서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고 전한 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좀 나아졌을 것 아닌가"라면서 기대감과 바람을 전했다.

강철 코치는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게 스포츠의 힘"이라면서 "세월이 많이 바뀌었다. 가능하다면,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남북 선수들끼리 방도 같이 쓰고 조금 더 많이 대화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싶다. 많이 물어보고, 도와주고,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면서 소통했으면 싶다"고 전했다.

당시 트레이너로 함께 했던 최만희 사장 역시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는 먼저 "단일팀은 큰 의미가 있다. 앞서 단일팀을 경험했던 나도 한 명의 스포츠인으로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물론 극복해야 할 것이 많다. 그중에서도 서로 융화돼 팀이 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이스하키는 팀 스포츠다. 우리가 ‘강국’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팀 스포츠는 분위기를 잘 살리면 기대 이상의 성과도 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북한 선수들에게 우리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단일팀이지만 북한 선수들의 수가 적고, 그들이 우리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융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당부했다. 최 사장은 "1991년 단일팀 때 내가 코칭스태프 중에 가장 어렸다. 그래서 내가 북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도 했다. 축구 용어 중 북한 용어를 익히기도 했다. 그런 것도 서로가 융화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된다. 선수들에게 ‘남북이 힘을 합쳤는데 세계무대 정상에 올라야하지 않겠느냐’ 말하면서 의욕을 갖고 임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꺾고 8강까지 올랐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최만희 사장은 세간의 우려를 향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단일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피부로서 느끼면 그보다 더 빨리,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미가 있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응원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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