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학폭가해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그 이름, 박연진. ‘더 글로리’의 박연진 캐릭터로 전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를 사로잡은 배우 임지연이 데뷔 후 가장 빛나는 시절을 맞았다.
영화 ‘인간중독’ ‘간신’에서 파격적인 노출연기도 소화했던 임지연은 시청률 26.5%로 종영한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로 안방극장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임지연은 17일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작품이 잘될 줄 처음부터 알았으나 이렇게 모든 캐릭터가 관심을 받으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얻을지 몰랐다"며 기뻐했다.
"인기를 많이 실감한다. 내 SNS에 와서 연진아를 외치고, 어디서나 연진아를 외쳐서 아주 기분이 좋다. 집에서 엄마도 나를 연진아라고 부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악역에 몰입하면서 겪은 연기 후유증도 털어놨다. 그는 “하루종일 촬영하면서 그 성질머리로 지내니까, 성격이 더러워진 기분도 들었다”고 말했다.
“기상캐스터 신이 몰려있거나 아예 감정신이 몰려있기도 했다. 파트2에서는 감옥신 등을 찍고 집에 오면 세상이 다 싫고, 짜증 났다. 왜 화가 나지? 미간에 주름도 생겨 있고, 성질도 더러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다음에는 착한 역할 할 것이라고 했다”고 돌이켰다.
연진이가 완벽하게 무너진 파트2의 마지막 장면은 “몇 달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살인죄로 투옥된 연진은 넋이 나간 듯 있다가 ‘내일 날씨 어떠냐’는 감방 실세의 말에 벌떡 일어나 날씨 보도를 시작하면서 입은 웃고 눈은 우는 복잡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연진이가) 최고의 벌을 받지 않았나. 마지막 감옥 장면 찍을 때 마음이 아주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연진으로서, 연진이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 같다. 애증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마지막에 그 장면은 연진이 악행을 저지를 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무너지면서 울기도 했다. 대본 나온 순간부터 몇 달을 준비했고 잘 나온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연진 캐릭터를 떠나보내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묻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임지연에게 연진은 아주 아이러리한 감정을 주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역할이 욕을 많이 들을수록 작품과 배우가 빛났으니까.
그는 “내가 세상 사람들의 사랑은 온전히 받기 쉽지 않겠지만, 미움을 받는 건 보다 쉽지 않을까. 제가 감독님께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연기를) 잘해낸 것이니까. 내가 미움을 받는 만큼 동은의 복수가 설득력이 얻으니까. 이왕하는 첫 악역이니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데뷔 초 연기력 논란도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력을 칭찬받고 있다는 지적에는 “역할에 맞는 마스크라는 이유로 장편 상업 영화(‘인간중독’)에 캐스팅됐고, 생각보다 일찍 데뷔했다”며 “그런데 나는 학창시절부터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을 평했다.
“옆에 재능 많고 끼가 많은 친구가 많았다. 나는 가진 게 별로 없으니까,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빠른 데뷔였고 그때는 연기를 잘하지도 않았다. 데뷔하고 많이 혼나고 많이 울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연기자를 꿈꿨기에 그만해야지 그런 생각은 안했다. 캐스팅 기회가 많지 않아서 힘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줌마, 할머니가 돼서도 연기를 할 생각이었기에 조금씩 조금씩 어떤 작품이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과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보니 칭찬받는 날도 다 온다”며 활짝 웃었다.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묻자 그는 “영화 ‘인간중독’으로 데뷔했을 때 엄마가 큰 꽃다발을 주면서, 너무 예뻤다고 말해준 순간이었다”고 답했다.
“(노출이 많은) 쉽지 않은 영화를 엄마가 보러 와서 우리 지연이 너무 예뻤어하고 말한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다소 늦더라도, 제가 잘하는 집요함과 끈기와 노력을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좋은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