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일의 맥] 도전하지 않는 슈퍼매치, 받기만 하다 시드는 꽃

0
201804091839031261.jpg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에서 수원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18.4.8/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201804091839047588.jpg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긴 양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8.4.8/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공격은 3명인데 수비가 6~7명이면 골이 터질 확률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FC서울,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시즌 첫 ‘슈퍼매치’의 90분 양상이 대부분 이랬다. 득점이 나오기 힘든 내용이었고 결과도 0-0이었다.

두 팀의 방점이 비슷하게 찍혀 있던 경기다. 이기는 것보다는 지지 않는 것에 주력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각자 "저쪽이 더 수비적이었어"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입으로는 싸우자 해놓고 서로 꽁무니를 뺐던 것은 다르지 않다. 웅크리고 나오지 않은 쪽이나 옆으로 공만 돌리던 쪽이나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매한가지다.

허리에서는 옥신각신 맞붙는 듯싶었으나 한쪽 진영으로 공이 이동하면 인원 배치가 달라졌다. 공히 공격수 숫자를 최소한으로 삼으면서 결정타를 맞지 않기 위해 조심한 탓이다. 공을 소유한 쪽은 몰아쳐 골을 넣겠다는 의지 대신 공격수를 줄이는 선택을 내렸고, 막는 쪽은 받아쳐 역습을 도모할 계산보다는 그냥 수비 숫자부터 늘렸으니 괜찮은 슈팅 자체도 흔치 않았다. 예견된 무득점 무승부 경기였는데 애꿎은 팬들만 ‘희망고문’ 당했다.

이날 관중석은 날씨와 경기내용만큼 썰렁했다. 1만3122명. 역대 슈퍼매치 최소관중이다. FC서울의 레전드 공격수였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으로 이적한 ‘푸른 데얀’이 처음 출격한다는 흥행 호재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 놀라운 일이다.

안양LG 시절을 제외하고, FC서울이 현재처럼 서울을 연고지로 쓴 뒤로 두 팀의 맞대결에서 나온 최소 관중은 2005년 6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성된 1만9385명이었다. 컵대회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2004년 8월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컵대회에서의 두 팀 간 격돌에서는 1만4823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이번에 더 적었다.

계속 이어지는 미세먼지와 겨울을 연상시키는 꽃샘추위까지 찾아온 악조건이긴 했다. 그래도 날씨 탓은 어렵다. 지난 2008년 12월7일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서 열린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는 4만명 넘는 관중이 운집했다. 1만3000여명은 현실이다.

‘슈퍼매치’의 몰락을 바라보며 많은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종된 으르렁’이다. 라이벌전을 반드시 승리하고 싶다는 ‘전의’ 부재에 대한 지적이다. 거친 플레이를 종용하는 게 아니다. 다른 경기는 놓쳐도 이 팀만큼은 반드시 꺾고 말겠다는 절실함이 필요한 게 라이벌전인데, 그게 없었다.

서로 볼만큼 봤을 라이벌 클럽들끼리 왜 전반전 45분 내내 탐색해야하는지 팬들은 답답했다. 이럴 거면 후반전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는 푸념도 마냥 우습지 않다. 나름 뜨거워지던 후반전 중반 이후로는 자신들 스스로 불을 끄는 일들이 펼쳐졌으니 또 한숨 나왔다.

패스할 동료를 찾는 게 아니라 공을 맡길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다른 사람이 처리해줬으면 하는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공 돌리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강한 압박을 가하면 전방으로 롱볼 때려 넣기에 바빴다. 요행으로 찬스가 만들어지면 좋고, 적어도 우리 진영에서 공을 빼앗겨 위험한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멀리 보내기’였다.

수원과 서울의 선수 구성이 화려했던 과거만 못해 높은 수준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분명 일리 있다. 중위권(수원/5위)과 하위권(서울/11위)으로 밀려난 현재 두 팀의 전력을 고려할 때 세련된 플레이를 바라는 게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는 마음가짐’까지 네임밸류에 영향을 받는다면 문제가 더 크다. 이기려면 골을 넣어야하는 것이 축구의 당연한 규칙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의 흐름도 사람의 움직임도 상대편 골문 쪽으로 향해야한다. 그런데 번번이 뒤를 바라보니 팬들도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대우만 받고 팬들의 대한 대우는 없다.

대개 슈퍼매치를 앞두고는 다른 경기들과 달리 사전 기자회견이 열린다. 이번에도 경기 사흘을 앞둔 지난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서정원 감독-데얀(수원), 황선홍 감독-신진호(서울)가 참석한 회견이 마련됐다. 다른 팀들이 볼 때는 특혜나 다름없다. 우리도 이런 콘텐츠가 하나쯤 있어야하지 않겠냐며 축구인들이나 축구팬들이 물도 주고 박수도 보내줬는데, 점점 꽃이 시들고 있다.

지는 것이 두려워진 이들과 함께 ‘K리그의 명품 콘텐츠’, ‘K리그의 히트상품’이라던 슈퍼매치의 인기도 지고 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못한다면 달콤한 결과도 포기해야한다. 경기를 마친 선수와 감독들도 최소관중에 놀랐다는 전언이다. 앞으로는 충격적일 수 있다. 도전하지도 않은 채 팬들에게 응원만 당부한다면, 양심불량이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