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칸현장] ‘버닝’ 이창동 감독 “父의 분노가 子의 분노로 옮겨가는 시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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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17일(현지시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했다. © AFP=뉴스1 © News1 정유진 기자

(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버닝’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이창동 감독은 ‘마스터’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겉으로는 매우 단순하나, 깊이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은유와 상징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17일 오후 12시 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공식 기자회견에서 배우들은 이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종서는 "첫 감독이 이창동 감독님이어서 행복하다"고 했고, 스티븐연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을 사랑하고, 그것이 내가 이 작품을 한 이유"이라고 말했다.

또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님을 ‘이 세계에 신이다’라고 생각했고, ‘여기서 나는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마지막에 몸에 끼었던 때가 벗겨진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이 감독과의 소감을 밝혔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 뿐 아니라 외신의 찬사까지 얻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영화와 관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헛간을 태우다’의 어떤 부분에 끌려서 영화화한 것인가?

▷사실상 이게 첫번째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다. ‘밀양’도 한국 소설가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었다. 이 소설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소설이 갖고 있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영화적으로 다른 미스터리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것인가?

▷사실 이야기가 복잡한데, 최초는 일본 NHK가 무라카미 단편 영화화해줄 수 없냐고 요청이 왔다. 제가 연출을 하기보다는 젊은 감독들에게 기회를 주고 제가 제작할 생각이었는데, 여러 사정상 이뤄지지 못했다. 사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오정미씨가 이 소설을 영화화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조금 쉽게 영화화할 수 없는 소설이라 생각했지만, 소설 속 미스터리한 점이 영화적으로 우리 세상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에서는 소설에 작은 개구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왜 영화에는 넣지 않았나?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대마초를 피우는 등장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종수가 어릴 적 연극을 떠올리는 장면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으로 바꿨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과 제목이 같은 ‘반 버닝'(Barn Burning)이라는 제목의 윌리엄 포그너의 소설을 가져왔다. 단편 소설에서는 세상의 고통에 대해 분노하는 아버지가 분노로 남의 헛갈을 태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버지의 분노가 아들의 분노로 옮겨가는것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분노라는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가?

▷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이유로 마음에 분노를 품고 있다. 종교, 국적, 인종에 상관없이 분노를 품고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속 분노를 갖고 있으면서 현실에서는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이 분노가 뭔가에 대해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것인데,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분노의 대상이 분명하고 이유도 분명했지만 지금은 세상은 점점 좋고 세련되지고 편리해지는데, ‘나는 미래가 없는 시대에 놓여있다’고 느끼는 게 젊은이들의 감정이다.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계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에서 무엇인가가 불에 타는 장면이 딱 두 번 나온다. 비닐 하우스가 타는 장면과 포르쉐가 타는 장면이다. 이 두 가지를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었나?

▷ 보신 그대로다. 비닐하우스는 한국 사회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는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흔한 공간인데, 종수가 어린 자신이 타고 있는 비닐 하우스를 보고 있는 것을 보는 장면은 자신과 같은 느낌으로 봤을 것이다. 포르쉐가 타고 있는 장면은 그 반대, 극단에 있는, 알 수 없고 바라고 원하지만 손에 닿을 수 없는 어떤, 서울의 가장 고급스러운 동네에 살고 있는 개츠비 처럼 알 수 없이 돈 많은 젊은 사람들의 모습이 타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극단에 있는, 자신의 공간이 타고 있는 것과 어쩌면 분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대사와 설명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영화 속에는 많은 사회적, 경제적 코드와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예술과 문학, 영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코드가 숨겨져 있지만, 나는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굉장히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도 단순하게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단순한 영화적 방식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노을 아래 전종서가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두 남자의 대결처럼 보인다, 분노를 품은 무력한 젊은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며 ‘제너러스’ 해보이는 돈 많은 정체 불명의 사나이, 어쩌면 자기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는 두 인물간의 대결로 돼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 사이의 한 여자가 사라지지만, 그 여자는 혼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여자로 봤다. 저녁 노을이라는,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 앞에서 혼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는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자 했다.

-남산타워와 남산 타워 아래 작은 방, 그 방에서 자위를 하는 종수의 모습에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인가?

▷남산타워는 서울 타워로 알려졌는데 어느 대도시나 그런 관관객들이 처음 가장 먼저 가 보고, 공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상징적 장소가 그곳이다. 해미는 그 서울타워 바로 밑에 살고 있고, 바로 반사되는 햇빛이 반사되는 좁은 방에 살고 있는데, 서울 타워와 작고 가난한 여성이 살고 있는 작은 방과의 대비가 있었다. 또 그곳에서 가난한 섹스도 하지만, 여자가 없는 방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그러듯 홀로 섹스를 하는 자위 장면도 있다. 그리고 종수는 그녀가 없는 방에서 한 편의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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