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동일 “배우는 기술자…연기? 자꾸 해야 늘죠”

0
201806051637285709.jpg

2018.5.31. 삼청동 카페. 영화 ‘탐정’ 배우 성동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06051637292029.jpg

배우 성동일이 지난달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일은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탐정: 리턴즈’에 출연했다. 극중 그는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 역을 맡았다. 한편 ‘탐정: 리

201806051637299359.jpg

2018.5.31. 삼청동 카페. 영화 ‘탐정’ 배우 성동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무명 시절 소원 ‘일 많아서 잠 못자는 것’…꿈 이뤘다"

"배우는 기술자…배역 상관없이 재밌어야 출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중후함이 느껴지는 풍성한 백발. 배우 성동일은 조금 일찍 세어버린 백발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십수 년을 배우로 살아왔지만 한 번도 카메라 앞에서 흰머리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처음 백발을 보여준 작품이 영화 ‘탐정: 더 비기닝'(2015)이었고, 2018년 속편 ‘탐정: 리턴즈’를 찍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또 한 번 자신의 유산을 보여주게 됐다.

"시사회날 바로 염색을 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흰머리를 유전으로 물려주고 가셨어요. 영화 속에서 보이는 게 원래 내 머리에요. 막둥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할아버지 모습으로 학교에 가기 싫어요. (웃음) 누군가는 ‘성동일이 나이 몇이나 먹었다고 하얗게 멋을 내고 다니느냐’면서 염색을 한 줄 알아요. 저도 관절이 이미 스피드가 안 나오는 몸이 됐지만 머리만은 젊게 하고 싶어요. 와이프와 나이차도 많이 나는데 시아버지랑 다닌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

‘탐정: 더 비기닝’ 때 염색을 하지 않고 들어간 것은 제작사 대표의 부탁 때문이었다. "염색을 하지 않고 본래 머리로 가달라"는 말을 들어줬는데, 여러 작품이 동시에 물리다 보니 tvN ‘라이브’와 JTBC ‘미스 함부라비’까지 흰머리로 촬영을 하게 됐다.

3년 만에 ‘탐정: 리턴즈’로 돌아온 ‘탐정’ 시리즈에는 성동일의 흰머리와 주연 배우 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연출을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이 맡게 됐고, 이광수가 새로운 배역 여치 역으로 합류했다. 전편에서 티격태격하며 미제 사건을 풀던 강력계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은 본격적으로 탐정사무소를 열고 돈을 받고 사건을 푸는 ‘직업 탐정의 세계’로 입성한다.

영화를 본 후 만난 성동일은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 때문인 듯했다. 그는 자신도 영화를 재밌게 봤다며 "나는 내 영화여도 재미가 없으면 별로 재미가 없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가격대비 잘 나왔다"고 자랑했다.

영화가 오락물로서 좋은 완성도를 갖추게 된 것은 연출자 이언희 감독의 힘이 컸다. 충무로 몇 안 되는 여성 연출자인 이 감독은 ‘탐정’ 시리즈 특유의 유머와 두 주인공이 겪는 직업인으로서의 애환을 잘 살려내는 동시에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한 편의 완성된 코믹 추리 영화를 완성했다.

"처음에는 여자 감독님이라 부담이 있긴 했어요. 나는 외향적이고 술을 좋아하는 배우다 보니 여성 감독님과는 그게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배우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영화 찍으면 모두 주로 제 방에 모여 술을 먹곤 했는데, 다같이 술을 먹고 있을 때 누군가 ‘쓱’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게 항상 이언희 감독님이에요. 술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이광수와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부터 tvN ‘라이브’에 이어 ‘탐정’ 시리즈까지 연이어 함께 하게 됐다. 성동일은 이광수의 캐스팅이 사실상 자신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광수가 ‘여치’ 캐스팅 후보군에 있는 것을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 하자"고 했다는 것. 우정 출연한 김동욱까지 성동일과의 인연으로 함께 했다. ‘국가대표’에서 함께 했던 김동욱은 "형님이 나오신다면 출연하겠다"며 의리를 보여줬다. ‘신과함께-죄와 벌’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기 전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때, 광수를 보면 광수가 참 눈이 예뻤어요. 원래 말이 좀 없고요. (조)인성이랑 광수랑 술을 먹으면 3시, 4시까지도 먹고 나서 ‘잘 먹었습니다’ 이 말 말고는 말을 안 해요. 머리를 한 대 때리면 ‘아’ 정도 하지.(웃음) 이광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실제 성격과 많이 달라요. 예능과는 180도 다르죠. 광수를 보면서 연기적으로도 좀 터뜨려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 아까웠는데, 이번에 정말 우리 영화의 빈구석을 잘 채워줬어요."

성동일은 대표적인 ‘다작 배우’다. 드라마든, 영화든 쉴틈없이 여러 작품을 찍고, 또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작품의 한 축을 든든하게 세운다. 그는 "많이 해야한다"며 자신의 연기관을 밝혔다.

"하정우도 저도 생각이 같은데 뭐냐면, 학생이 됐든 직장인이 됐든 열심히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배우도 열심히 많이 해야 연기가 늘죠. 안 쉬고 연기하면 많이 늘어요. 오죽하면 백윤식 선생님께서 저에게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하시겠어요? 후배들에게 저는 그래요. ‘그만 쉬어라. 몸에 이상 있냐? 자꾸 해야 느는 거지.’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400억, 500억 받으면 하나 끝나고 자기 관리하고 살아도 돼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사법고시도 아니고…. 현장이 배우에겐 좋아요."

무명 배우 시절, 성동일의 소원은 ‘일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것’이었다. ‘소원을 이미 이룬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집에 있는 것보다 바쁘게 현장을 누비는 삶이 행복하단다. 일이 없어 힘든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소원 풀었죠. 연극을 하다가 공채 2기로 들어왔을 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젊은 배우가 아침 7시인가? 자기 밴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더라고요. ‘저렇게 돈 잘 벌고 인기있는 애가 라면을 먹어? 나도 쟤처럼 바빠서 저 시간에 라면을 먹어봤으면 좋겠다.’ 이랬었죠."

그는 자녀가 먹고 싶은 것을 망설임없이 사줄 수 있는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어도 집에 싸들고 가기 보다는 현장에서 호흡한 배우들과 술 한잔 하며 풀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만의 술자리 철칙 세 가지가 있다. ‘주사가 있는 사람과는 안 먹는다’ ‘못 먹는 사람에게는 술을 주지 않는다’ ‘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는다’. 성동일이 주최하는 술자리에 실수가 없는 이유다.

성동일은 배우도 ‘기술자’라고 했다. 목수나 용접공처럼 자신만의 ‘기술’을 사용하는 전문인이라는 말이다. 그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출연료를 받지 않고도 출연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다양한 작품에서 우정 출연 및 카메오를 해온 이유다.

"작품을 들어오는대로 다 했으면 을지로에 건물을 샀죠.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배우란, 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자에게는 많은 장비가 필요해요. 드라이버와 펜치, 못, 나사, 망치, 톱 등이 다 필요한 게 캐릭터인데, 만약 이 역할이 망치 하나만 있어도 되는 역이면 나는 안 해요. 주인공을 주든 조연을 주든 안 해요. 배역 크기는 상관없이 내가 재밌어야 합니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