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마녀’의 유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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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녀’(감독 박훈정)는 세고 또 센 여성 주인공, 빠르고 간결한 파괴력 있는 액션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영화의 진행 속도가 관객의 생각 속도와 달라 약간 늘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기존 영화들과 다른 새로운 시도가 돋보입니다.

작품 속에서 병원을 탈출한 구자윤(김다미 분)은 미스터 최(박희순 분)의 일당에 쫒기다가 목장 근처에서 쓰러집니다. 만약 이처럼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험에 처해있는 구자윤을 구하지 않으면 유기죄가 성립할까요?

유기죄는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있는 사람이 유기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유기죄는 유기되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규정된 것입니다.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자(요부조자)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자기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노약자, 부상자, 분만 중의 부녀 등처럼 타인의 도움없이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이 요부조자입니다. 

요부조자를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있는 자(보호의무자)에서 보호의무는 요부조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보호해야 할 의무입니다. 경제적 곤궁을 원인으로 하는 민법상 부양의무와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원인으로 하는 유기죄의 보호의무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보호의무의 발생근거는 법률과 계약에 한정될 뿐 사무관리, 관습, 조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강간치상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실신 상태에 있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방치하였더라도 강간치상죄는 성립하지만 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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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같이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이 영하의 날씨에 개울에 빠졌더라도 가까운 민가에 알리거나 구조요청도 하지 않았더라도 우연히 동행한 사람에게는 법률상, 계약상 보호의무가 없으므로 유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률상 부부는 아니더라도 사실혼 관계에 있다면 법률상 보호의무가 인정됩니다. 그렇지만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려면 단순한 동거, 간헐적인 성관계 정도로는 부족하고 서로간의 혼인의사의 합치와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유기라는 것은 요부조자를 보호 없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수혈이 필요한 미성년자 딸을 둔 부모가 종교상의 이유로 수혈을 막아 사망하게 한 경우, 식사도 거르면서 며칠간 술만 마셔 만취한 손님을 주점에 방치하여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유기치사죄가 성립합니다. 

영화 속에서 목장 근처에 쓰러진 구자윤을 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목장주에게는 법률상,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유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나 피해가 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였음에도 구조하지 않는 경우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안인 법은 우리 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목장주가 구자윤을 구해서 양육하다가 구자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구하지 않으면 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목장주는 보호의무를 인수해 법률상, 계약상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자윤은 다른 사람에게 파괴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함에도 자신을 양육해준 목장부부에게는 순종적입니다. 구자윤이 비교할 수 없는 초능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사람으로 다가오는 것은 목장주와 나눈 사랑과 정을 잊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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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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