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 ‘공작’ 윤종빈 감독, 황정민·주지훈 괴롭힌 연출가의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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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 이후 4년 만에 복귀한 윤종빈 감독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12년 만에 다시 존재감을 빛낸 것. 외신의 극찬을 받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이 한국 관객들까지 매료시키는 중이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황정민 분)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의 호연과 윤종빈 감독의 치밀한 연출로 뜨거운 호평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윤종빈 감독 만의 능수능란한 연출로 관객은 보는 내내 긴장을 풀 수 없다. 스파이물이라는 흔한 소재를 한국식으로 유니크하게 풀어낸 ‘공작’은 남과 북의 다채로운 인물들을 통해 분단국가의 드라마틱한 이면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공작’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아 꼭 강조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현장의 괴로움’. 주지훈부터 황정민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윤종빈 감독도 우리처럼 힘들어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을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저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다른 영화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배우들이 너무 힘들어하더라. ‘왜 힘들까’ 했더니 내가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황정민한테도 ‘대화 씬이 액션씬이었으면 좋겠다. 이 인물의 긴장감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다보니 ‘연기를 할 게 없다’더라. 단지 내가 힘든 점은 안 해본 장르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다 선수들이니까 장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으면 된다."

이처럼 ‘영화계의 선수’를 자처한 윤종빈 감독에게도 참으로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구강액션의 첫 장면, 고려관 촬영 현장"을 꼽았다. 극 중 고려관 장면은 황정민과 이성민이 한 테이블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씬으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이에 윤종빈 감독은 숨겨놨던 비하인드 이야기까지 들려줬다.

"촬영 첫 날이었다. 나도 처음이고 정민이 형도 처음이다보니까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영화에 서는 액션이 들어가면 말이 안된다. 스파이가 액션을 하는 순간 정체가 들통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넣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극 중 기차 속 추격씬을 공들여 찍었는데 영화와 안 어울려 덜어냈다. 그날 고생한 주지훈에게는 따로 불러서 술 한 잔 하면서 ‘미안하다. 다 잘랐다’라고 고백했다."

‘공작’에게는 대작들과 견줄만 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한국형 첩보영화라는 장르적 강점과 편견을 깬 구강 액션. 이에 이성민은 ‘액션이라는 방부제를 덜어낸 작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혀 본 적 없는 액션 스파이물을 탄생시킨 윤종빈 감독에게는 어떤 자신감이 있었을까.

"영화의 태생이 실화 베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주는 힘이 분명히 있다. 액션보다 다른 쪽으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 같아 끊임없이 구강액션이라 강조한 것도 있다. 저는 정치에 무딘 사람이다.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데 만들면 되지. 그 사람들 바쁜 사람들이야’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안 바쁜 사람들이어서 놀랐다. 참 세심하더라. 예전부터 별로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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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각오 하나 만으로 한국식 첩보영화를 완성시킨 윤종빈 감독. ‘공작’에서의 가장 명장면을 물었더니 의아스럽다는 듯 신념을 담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명장면? 잘 모르겠다. 관객들이 이 장면을 명장면이라 하는 거지. 만든 사람은 모든 것이 조금씩 아쉽고 부족한 장면이다. 정상적인 연출가라면 명장면을 꼽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감독들을 디스한 건 아니다. 나는 그저 어떻게 두시간 동안 긴장감 만으로 이야기 끌고 갈 수 있는지를 구현하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연출자로서의 자세를 거듭 말한 윤종빈 감독. 그는 항상 결과를 관객에게 맡기며 후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군도’까지 많은 관객들에게 본인의 존재감을 내비쳤던 윤종빈 감독이었지만 겸손한 태도로 "잘 된 영화는 없다. 손해나 안 본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 작품이 있었다.

"사실 ‘범죄와의 전쟁’의 인기가 신기했다. 특히 "내가, 임마 느그 서장" 하는 대사를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따라하니까 이게 그렇게 재밌나 했다. 극 중 캐릭터의 아재스러움과 막무가내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전형적인 경상도 아저씨 스타일이다. 원래 경상도는 ‘내가 누군지 아나’로 무조건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이효리의 깜짝 등장이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윤종빈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처음과 마지막을 정해놨다며 이효리에게 ‘그때 그 광고를 성사시키려 했던 두 남자의 비하인드’라고 거듭 부탁한 사연을 밝혔다.

"사실 이효리 닮은 꼴을 찾긴 했지만 말이 안된다. 그래서 이효리에게 우리를 구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천만 다행이다. 처음에는 내용을 잘 모르시고 김제동을 통해 수락하셨는데 나중에 20년 전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거부하셨더라. 하지만 결국 구원의 손길을 내주셨다. CG처리도 했다. 배우에 대한 배려다. 서비스도 없이 내보내겠냐."

이처럼 ‘모든 영화는 다 지나가봐야 알 것 같다’며 달관하는 태도로 임한 윤종빈 감독에게도 ‘공작’은 조금 더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다. 우리 제작진과 프라이드가 있다. 많이 아끼는 영화다. 어려운 시도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고 자부심도 있다. 관객들이 꼭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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