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기본 가치’는 가시적 성과…신뢰 발판 마련한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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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 독일 진출 2번째 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홀슈타인 킬 구단 홈페이지는 이재성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홀슈타인 킬 홈페이지) © News1

하이덴하임과의 2R서 마수걸이 득점…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이재성의 독일 분데스리가2 홀슈타인 킬 이적이 확정된 후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이재성 플레이만 보았다면 데려가지 않았겠지"라면서 특유의 입담으로 이적 뒷이야기를 에둘러 전했다. 월드컵 때만 이재성을 본 게 아니라는 의미다.

최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때 재성이는, 전북에서 하는 것에 50%도 발휘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슈타인 킬이 이재성을 서둘러 데려가기 위해 보챘던 것은, 그만큼 꾸준히 보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팀을 옮길 무렵 이적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도 "그쪽 구단에서 일찌감치 이재성을 눈독 들이고 있었다"고 귀띔한 뒤 "홀슈타인 킬 (팀 발터)감독이 이재성의 능력을 이미 인정했고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본적도 없고 기존 선수들 사이에 섞어 놓은 적도 없는 선수를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점찍었던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홀슈타인 킬의 ‘이재성 모셔가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 호들갑을 떨 정도로 많은 경기를 한 것은 아니나 어쨌든 출발은 산뜻하다. 그러나 이재성의 신분이 ‘용병’이기에 지금 이 ‘시작’은 무척 중요하다.

분데스리가2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재성이 독일 무대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재성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킬의 홀슈타인-슈타디온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2 하이덴하임과 홈 경기에서 전반 20분 동점골을 넣으며 1-1 무승부를 견인했다.

이재성은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적극적인 쇄도와 함께 슈팅까지 연결시켜 득점을 성공시켰다.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중앙으로 투입됐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재성이 과감하고 재빨리 공을 소유한 뒤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하이덴하임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 타이밍이 빨라 상대 골키퍼가 손 쓰기 어려웠다.

지난 4일 함부르크와 개막전 2도움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함부르크전에서 이재성은 정확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며 2어시스트, 팀의 3-0 완승에 일조한 바 있다. 그리도 2번째 경기 만에 해결사 몫도 해냈다. 스스로 어깨의 짐을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다.

이재성의 독일행은 제법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월드컵 후 K리그1 일정이 한창이었을 때 물밑에서 홀슈타인 킬과 전북 사이 조율이 완료됐고, 홀슈타인 킬이 하루라도 빨리 팀에 합류하길 원했기에 고별전도 치르지 못하고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누군가는 적응기 없이 너무 빨리 실전에 나서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외려 이 조건이 이재성의 연착륙을 돕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이재성은 한창 K리그1 시즌 중이었기에 경기 감각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반면 그가 겨룰 선수들은 이제 막 새 시즌을 시작하기에 몸상태가 완전치 않고 따라서 실전 능력에서는 이재성이 더 유리하다는 접근이 가능하다.

팀 발터 감독이 이재성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이재성은 좌우를 폭넓게 움직였고 최전방으로 올라갔다가 2선 깊숙이 내려서기도 했다. 다양한 롤을 부여했다 해석할 수 있는 동선이었다. 또 프리킥과 코너킥 때 키커로 나서 왼발로 킥을 시도했다. 정확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어쨌든 ‘작전’의 중심에 있었다는 의미다.

똑같은 구성원으로 대해야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근래에는 지양하고 있는 단어지만, 팀이 ‘외국인 용병’에게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결국 더 뛰어난 활약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성은 홀슈타인 킬의 용병이고, 그에 합당한 플레이를 보여줘야 동료와 구단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는 분명 긍정적이다. 텃세가 심한 곳이고 이방인에게 문을 잘 열지 않기도 한다. 실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패스도 잘 주지 않는다는 게 유럽무대를 경험해본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한 번 인정하면 그 다음부터는 동등한 동료다. 그래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신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성은 경기 후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골을 넣은 것은 좋지만 승리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 뒤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 줘서 좋았다. 그런 것이 나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했다"고 팬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일단 출발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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