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리뷰] ‘암수살인’, 기존 장르적 재미보다 사회적 의미…‘시대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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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과 주지훈의 만남과 범죄 실화로 기대를 모은 ‘암수살인’이 영화적 재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까지 선사한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이다. 김태균 감독이 2012년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에피소드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은 생생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특히 작품은 실제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기록과 과정을 토대로 재구성한 만큼 촘촘한 스토리를 펼친다.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의미하는 암수살인(暗數殺人)은 한국 영화에서 한번도 다뤄지지 않은 소재로 기존 한국 영화 수사물과 전혀 다른 결을 제시한다.

이미 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살인범이 한 형사에게 암수살인을 자백하고, 아무도 믿지 않는 살인범의 자백을 유일하게 믿고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이야기는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몰입도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또한 김윤석과 주지훈이 한 작품으로 만났다는 점 역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올 겨울 ‘1987’로 공권력의 민낯을 생생하게 그리며 극장가를 사로잡았던 김윤석과 ‘신과함께’ 시리즈로 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한 주지훈은 각기 다른 이미지와 강렬한 아우라로 고도의 심리전을 완성시킨다.

김윤석이 ‘테니스’라 표현한 둘 만의 충돌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아우른다. 김윤석의 비유처럼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든 둘의 대화는 보는 내내 수많은 의문을 자아낸다.

더불어 범인을 찾고 추적하거나 화려한 액션 없이 피해자와 사건 자체를 찾아가는 것 자체로 일반적인 범죄 수사 장르와 다른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둘이 만나는 장소인 접견실은 장르적으로 구현되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전혀 다른 앵글과 배치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찾는 역수사 방식 역시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윤석과 주지훈의 연기 앙상블이 가장 먼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야기의 흡입력 역시 큰 강점이다. 작품은 느리지만 묵직하게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과도한 감정의 동요 혹은 신파 없이도 충분히 이입하게 만든다.

앞서 김태균 감독은 실제 형사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면모를 발견, 이를 오롯이 영화로 구현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대가 원하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시원한 장르적 쾌감 혹은 권선징악의 짜릿함보다는 덜 자극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암수살인’의 강점은 실화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의를 쫓는 파수꾼들이 있기 때문에 이 사회는 한결 따스해지며 작품이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야기의 기교와 반전을 기대해선 안된다는 점 역시 영화의 무게감을 묵직하게 만드는 요소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곳곳에 배치된 풍자적 메시지에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증거를 조작하는 편법과 관행들, 정의구현보다 기소에 연연하는 검찰, 범인에게 괄시받는 경찰의 무능력 등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날카로운 지적이 더욱 힘을 얻는다.

한편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3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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