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물괴’의 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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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중종 22년에 괴물이 출현해 임금이 궁까지 옮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는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괴물을 소재로 한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입니다.

크리쳐 무비(Creature Movie)는 생명이 있는 존재인 생물을 의미하는 크리쳐(Creature)와 영화(Movie)의 합성어로서, 일반적으로 실존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를 말합니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크리쳐 무비입니다.

작품 속에서 영의정 심운(이경영 분)과 그의 하수인 내금위 부장 진용(박성웅 분) 일당은 민심을 호도하기 위하여 수많은 백성을 학살합니다. 이와 같은 행위를 한 영의정 심운과 내금위 부장 진용 등을 현재의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영의정과 내금위 부장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먼저 생존해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부관참시와 같이 사망한 자를 처벌하기도 했으나 현행 법률은 사망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수사 중에 피의자가 사망하면 불기소 처분하고, 재판 중에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기각 결정합니다.

영의정과 내금위 부장이 현재 생존해 있더라도 이들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죄 행위 당시 이를 처벌하는 법률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하는데, 이를 달리 설명하면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법률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입니다.

즉,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 당시에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법률로 미리 범죄와 형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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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정과 내금위 부장이 생존해 있고 그 당시 처벌하는 법률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아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검사가 일정한 기간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 국가의 소추권을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공소시효는 법정형의 종류 및 형량 등에 따라 기간이 다릅니다. 즉, 사형은 25년, 무기징역(금고)은 15년, 장기 10년 이상 징역(금고)은 10년, 장기 10년 미만 징역(금고)은 7년, 장기 5년 미만 징역(금고), 장기 10년 이상 자격정지, 벌금은 5년, 장기 5년 이상 자격정지는 3년 등입니다.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에 신설됐습니다. 영의정과 내금위 부장의 백성들에 대한 살인행위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이지만 ‘태완이법’이 신설되기 전의 범죄라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끝난 때부터 진행되고, 범인이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서 외국에 있는 경우에는 외국에 있는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됩니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범죄에 대하여 수사 중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하고, 재판 중에서는 면소 판결을 합니다.

영의정과 내금위 부장의 수많은 백성 학살 행위는 살인죄로서 당시 처벌 규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생존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소시효도 완성되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습니다.

영화는 ‘물괴’에 대한 두려움도 현실화되면 비록 희생을 치르지만 결국은 극복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려움은 현실보다는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상상을 먹고 자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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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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