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발견]① 양만춘과 흥선대원군…조인성·지성, 모험에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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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의 조인성(왼쪽)과 ‘명당’의 지성 / 사진=해당 영화들 스틸 컷 © News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올해 추석 시즌 개봉한 대표적인 사극 영화 두 편은 모두 역사 속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안시성'(김광식 감독)은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인 양만춘을, ‘명당’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을 각각 내세웠다.

두 영화에서 각각 양만춘과 이하응을 연기한 조인성과 지성은 그런 면에서 영화를 통해 비슷한 모험을 감행했다. 관객들의 머릿속에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을 기꺼이 맡아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모험이다.

◇ 조인성_젊고 섹시한 리더? 그라서 가능한 변주

조인성은 무려 10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왔다. 그는 2008년 ‘쌍화점’에서 고려시대 호위무사를 연기했다. 이 영화에서 잘생긴 ‘꽃미남’ 외모로 여심을 훔쳤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그 자리를 후배 남주혁에게 물려주고, 리더십과 연륜을 보여줘야 하는 배역에 도전했다.

고구려 시대는 사료도 많지 않은 데다, 조인성이 연기한 양만춘은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나라와 백성을 구한 ‘영웅’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여러 선두주자들이 있어 쉽게 연기의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선보인 성공적인 ‘영웅’의 대표는 ‘명량’의 이순신이다. ‘국민 배우’인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아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깊이있는 연기로 1700만명 동원이라는 전무한 흥행 기록을 견인했다.

그 뿐인가. 색깔은 다르지만 코믹한 전쟁 사극을 표방한 ‘황산벌'(2003)에서는 박중훈과 정진영 등 중년의 배우들이 각각 계백 장군과 김유신 역을 맡았고,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으레 사극 속 전쟁 영웅이라 하면 중후한 중년 배우들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은 젊은 조인성이 선입견을 깨고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 역할을 하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없지 않았다.

스타로서가 아닌 ‘영화 배우’로서 조인성의 입지 또한 그다지 유리한 위치는 아니었다. 조인성은 다작 배우라고는 할 수 없는데, 영화 프로필만 보면 더 그러하다. ‘쌍화점'(2008) 이후 무려 9년 만에 지난해 ‘더킹'(2017)을 선보였다. ‘더킹’이 흥행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믿고 보는’ 선배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그의 영화 프로필은 채워야할 빈공간이 많다.

순제작비만 185억 원이라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이 영화를 짊어진 조인성의 어깨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더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젊고 섹시한 사극’을 표방했다던 김광식 감독의 청사진과 동료 배우들을 아우르고 이끄는 자신의 실제 성격을 캐릭터에 반영했다는 조인성의 신선한 발상이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영화의 약점이 될 수 있었던 조인성의 캐스팅은 캐릭터를 ‘자기화’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한 연기력을 통해 반전있는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

◇ 지성_드라마 연기神? 영화도 접수했다

지성은 두말할 것 없이 ‘연기 잘하는 명품 배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라는 바운더리 안에서다. 그에게 아직까지 스크린은 자신의 능력을 100%로 발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영화계 역시 아직 그에 대해서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만큼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은 ‘TV 채널을 고정시키는 배우’가 되는 것만큼 어렵고, 별개의 또 다른 차원이라고 여겨진다. 또 드라마 연기와 영화 연기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것도 두 세계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이라면 장벽이다.

지성 역시 조인성 만큼이나 영화에서만큼은 작품수가 적은 배우였다. 상업 영화로는 ‘좋은 친구들'(2014)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그는 ‘비밀'(2013) ‘킬미, 힐미'(2015) ‘딴따라'(2016) ‘피고인'(2017) ‘아는 와이프'(2018) 등의 드라마에서 호연으로 안방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안방에서만큼은 황정민이나 이병헌 같은 배우들 못지 않은 인기와 신뢰도를 얻었다.

특히 ‘킬미, 힐미’는 그의 대표작으로 여겨진다. 그는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다중 인격장애를 갖게 된 차도현 역을 맡아 여러 인격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뛰어난 연기는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영화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 지성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저를 많이 안 찾았다"며 "기회를 많이 만나지 못했고, 기회가 주어질 때는 TV 드라마를 약속해놨기 때문에 시간을 못 냈던 적이 많았다"고 그간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명당’에서 지성은 그간의 ‘스크린 공백’을 지울만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유동근부터 김남길까지 흥선대원군을 연기한 많은 배우들이 있었지만, 그가 연기한 흥선대원군은 젊은 시절 이하응의 비참함과 광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악인도 선인도 아닌 복합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또 다른 주인공인 조승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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