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내게 한반도기는 더 특별해… 스포츠교류, 다음단계로 나가야”

0
201809211413396112.jpg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온 현정화 렛츠런 갇독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던 것에 대한 벅찬 감정을 전했다. © News1 신웅수 기자

201809211413398801.jpg

현정화 레츠런 감독(오른쪽)과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이 지난 7월 23일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북한 탁구대표팀 선수들을 배웅하고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남과 북 두 정상이 평양과 백두산에서 두 손 맞잡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던 수행원 모두가 특별한 감정이 들었겠지만 특히 현정화 감독에게는 소름 돋을 만큼 뭉클한 순간이었다.

‘9월 평양공동선언’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 남과 북의 관계진척 첫 실마리가 사실상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이었으니 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최초의 남북단일팀 선수라는 배경까지 가지고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

현정화 감독은 지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결성된 남북 단일팀의 주역이다. 남측 현정화와 북측 리분희가 중심이 된 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정상에 올라 보다 진한 감동을 겨레와 세계에 전했다. 그때 처음 접했던 한반도기를 27년이 지난 2018년에 평양 시민들 속에서 지켜보는 믿기지 않는 현장을 경험했으니 그야말로 감개무량이었다.

지난밤에 도착해 아직 피로가 덜 풀렸을 현정화 감독은 2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역사적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도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2박3일간의 특별한 경험담을 시작했다. 현 감독은 먼저 두 정상의 따뜻했던 만남과 북측의 극진한 대우에 대한 소감부터 밝혔다.

현 감독은 "두 정상을 계속 보면서 움직였는데, 개인적으로 분위기가 좋다고 느꼈다. 난 정치인도 아니고 그냥 한발 떨어져서 보는 입장이었기에 어쩌면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정말 극진하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배려했고 늘 웃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불편하다면 음식을 함께 오래 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두 정상은 항상 오랜 시간 만찬을 즐겼다. 장시간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환담을 나누던 모습을 지켜보며 나쁘지 않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좋은 결과를 많이 냈다"며 기쁨을 표했다.

그는 "백두산 깜짝 등정도 놀라운 일이었다. 모든 수행원들을 위해 겨울옷도 공수해줬다. 5.1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연설할 때도 감동이었고, 무대 전체가 한반도기로 넘칠 때 가슴 뭉클하고 소름 돋았다"면서 "들어갈 때부터 환대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3일 내내 그랬다. 그래서 더 짠하다"여 남은 여운을 소개했다.

이어 스포츠인으로, 최초의 남북단일팀 선수로서의 특별한 감정과 자부심도 전했다. 나아가 사명감도 밝혔다.

현정화 감독은 "난 최초의 단일팀 선수다. 한반도기에 대한 감정이, 그것을 볼 때의 느낌이 남들하고 다르다. 정말 다르다. 그래서 스포츠 덕분에 남북 관계가 이렇게 발전됐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크다"면서 "스포츠 남북교류는 앞으로도 발전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단일팀 구성 정도에서 만족할 게 아니라 꾸준히 교류해서 경기력도 향상시켜야한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부진 목소리를 전했다.

지금은 다양한 종목에서 남북 교류가 펼쳐지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탁구는 선봉장 격이고 지금도 가장 모범사례로 꼽힌다.

현정화 감독은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각 종목별로 국제기구의 도움도 필요하다. 탁구는 이미 ITTF(국제탁구연맹)와의 공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대회에도 남북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했는데, 이미 ITTF가 단일팀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면서 "나라에서 뭘 해주길 바라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각 종목단체와 대한체육회에서 노력하고 추진해서 정부에 좋은 안을 내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큰 그림도 제시했다.

나아가 현 감독은 "앞으로 세계선수권 그리고 2020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등에서 어찌할 것인지 계속 대화를 나눠야한다"고 말한 뒤 "최근 북측 선수들이 코리아오픈에 왔었는데, 그때 북측 주정철 단장이 ‘이제 단일팀 결성으로 끝내지 말고 좋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많이 공감한다"는 말로 이제 다음 단계를 위해 박차를 가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비록 이번 방북에서는 단일팀 파트너였던 리분희(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와의 조우는 불발됐으나 현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현 감독은 "지금 분위기는 좋다. 북측에서 그분(리분희 서기장)을 어찌 보고 있는지가 관건이겠지만,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만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며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박3일 내내 새벽에 움직이며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한 빡빡한 스케줄이었으나 목소리에는 경쾌함이 가득했던 현정화 감독은 "꿈이 아니라 현실,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다"고 다시금 감격을 전한 뒤 "그 속에서 작은 역할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