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명당’의 분묘발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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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땅의 기운이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은 조상의 묘 자리가 살아있는 후손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풍수지리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된 역사적 사실은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처럼 사람이 사망하면 땅에 매장하는 토장(土葬)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장례방식 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화장(火葬)으로 장례방식이 바꿔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장례방식 등에 대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고 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장이란 시신(임신 4개월 이후에 죽은 태아를 포함)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장사지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망 또는 사산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후가 아니면 매장 또는 화장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매장을 한 사람은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신고를 해야 합니다. 묘지는 문화재보호구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에 원칙적으로 설치할 수 없습니다. 개인 묘지는 30제곱미터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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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의 설치기간은 원칙적으로 30년이지만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1차에 한하여 30년을 연장할 수 있으므로 최대 60년입니다. 설치기간이 끝난 분묘는 설치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분묘에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매장된 유골을 화장하거나 봉안해야 합니다.

작품 속에서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은 헌종(이원근 분)에게 선친의 묘 자리는 명당이 아니고, 세도가 김좌근 대감(백윤식)의 조상 묘 자리가 명당이라고 알려줍니다. 이에 헌종은 선친의 묘와 김대감의 조상 묘를 열어 보는데, 이러한 행위는 분묘발굴죄 성립이 문제됩니다.

분묘발굴죄는 분묘를 발굴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분묘는 사람의 사체, 유골, 유발 등을 매장해 제사나 예배 또는 기념의 대상으로 하는 장소를 말합니다. 묘에 묻힌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더라도 현재 제사, 숭경의 대상이면 분묘발굴죄의 분묘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고분(古墳)은 제사의 대상이 아니므로 분묘발굴죄의 분묘가 아닙니다.

분묘발굴죄는 그 분묘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이를 함부로 발굴하거나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적 양속에 반해 함부로 발굴하면 성립합니다. 개장, 이장, 수선하기 위해 관리자, 수호봉사자의 동의를 얻어 발굴하는 경우에는 분묘발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헌종이 분묘의 관리자인 김좌근 대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김 대감 조상들의 묘를 밤에 몰래 무단으로 발굴한 것은 분묘발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조상의 묘 자리가 후손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풍수지리 사상은 믿음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사느냐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돼 습관이 되고, 그 습관과 노력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땅의 기운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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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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