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히어로] 과연 베놈의 가슴에 ‘거미 문양’을 그려 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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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놈>의 두 번째 공식 예고편이 공개된 지난 7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주인공의 가슴으로 향했습니다. 원작 코믹스는 물론 2007년 개봉된 <스파이더맨3>에서도 존재했던 거미 문양이 이번엔 보이지 않았죠.

이 문양은 ‘소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SMCU)’와 관련해 스파이더맨의 등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기에, 몇몇 팬들은 아쉬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베놈은 1984년 마블 코믹스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심비오트라는 외계생물이 스파이더맨에 달라붙으며 시작됐죠. 이 생물은 기자(記者) 에디 브록을 새 숙주로 삼으며 비로소 악당이 됐는데요. 외형이나 거미줄을 사출하는 능력 등 스파이더맨을 연상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거미 문양은 베놈이 스파이더맨으로부터 비롯된 악당이란 걸 의미합니다.

더구나 톰 하디가 연기한 베놈은 거미줄 대신 촉수를 사용합니다. 스파이더맨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모양새입니다. 스파이더맨을 사이에 둔 마블 스튜디오와 소니 픽처스의 어색한 관계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1990년 경영난에 처한 마블 코믹스는 생존을 위해 몇몇 캐릭터 판권을 매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니 픽처스가 스파이더맨 판권을 영구히 소유하게 됐죠. 이후 스파이더맨 3부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이 개봉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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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실사영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대성공으로 기로에 놓이게 됐습니다. 많은 팬들이 스파이더맨을 MCU에 출연시켜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스파이더맨은 명실상부 마블 코믹스 최고의 슈퍼히어로였고, 두 기업 모두 이 캐릭터가 흥행 보증수표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톰 홀랜드의 모습으로 MCU에 등장한 스파이더맨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파이더맨: 홈 커밍>,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통해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문제는 두 기업의 동상이몽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MCU에 자극을 받은 소니 픽처스는 베놈을 필두로 블랙 캣, 실버 세이블, 실크 등 스파이더맨과 연간된 캐릭터들을 차례대로 영화화하기로 했습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이 세계에 출연하거나 자사 영화가 MCU에 속하길 바랐고요.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가 이를 허락할 확률은 희박해보입니다.

그렇다고 소니 픽처스가 판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먼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세 편의 영화만으로 MCU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아이언맨2>에서 스타크 엑스포를 관람하던 소년이 피터 파커였다는 추가설정까지 붙었죠. 토르, 캡틴 아메리카보다도 먼저 MCU 계열 작품에 등장한 셈입니다.

이 상황에서 소니 픽처스가 또 다른 스파이더맨을 자사 영화에 등장시킨다면 비판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2021년 개봉할 후속작까지 고려하면 당장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SMCU에서 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다만 <스파이더맨: 홈 커밍>과 관련한 톰 홀랜드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긴 합니다.

“앞으로 스파이더맨 2·3가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홈 커밍’ 2와 3가 아니다. (there’ll be Spider-Man 2 and 3. It won’t be Homecoming 2 and 3.).”

<스파이더맨>의 부제인 ‘홈 커밍’은 홈 커밍 데이를 의미하지만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이란 은유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닉 퓨리와 마리아 힐이 나올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차치하더라도 세 번째 후속작의 거취를 지금 단정 지을 순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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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와 그나마 유사한 사례로 ‘퀵실버’를 들 수 있습니다. 2014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2015년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같은 캐릭터가 출연하게 된 겁니다.

당시 판권은 엑스맨 시리즈를 제작하는 20세기 폭스가 갖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양 기업은 “퀵실버가 각 영화에 출연하되 서로의 세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1년 간격으로 두 캐릭터를 출연시켰습니다.

물론 타노스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디즈니가 20세기 폭스까지 인수하면서 의미가 퇴색된 논쟁이 됐습니다만.

일각에선 SMCU를 ‘스파이더-버스(Spider-Vers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파이더맨을 기반으로 만든 세계기에 붙은 별명이겠죠. 소니 픽처스가 자사 영화에 스파이더맨을 출연시킬 수밖에 없단 소리입니다.

하지만 이 기업이 여론을 의식한다면 최소 3년간은 SMCU에 스파이더맨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키진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일단 톰 홀랜드가 2021년까지 스파이더맨을 연기할 예정이고 대다수 해외 매체들은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걸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이 경우 새로운 배우가 스파이더맨을 맡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그 때까지 베놈의 가슴에선 거미 문양을 볼 수 없는 걸까요? 어쩌면 DC코믹스의 실사영화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배트맨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등장했듯 피터 파커가 아닌 스파이더맨만 까메오로 출연할 수는 있겠군요.

소니 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 사이에서 방황하는 스파이더맨. 그와의 연관성이 줄어든 베놈. 과연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정리돼 베놈의 가슴에 거미 문양을 그려 넣을 수가 있을까요.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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