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버지가 사준 장비로 ‘금빛 질주’…이도연 “가족들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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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이도연이 9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센툴국제서킷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핸드사이클 여자 개인 로드레이스 독주(H2-4·40km) 결선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이도연은 지난 인천 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으

(자카르타·서울=뉴스1) 공동취재단,임성일 기자 = ‘철녀’ 이도연(46·전북)이 새로 마련한 장비를 타고 장애인 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2연속 2관왕을 일궜다. 작은 아버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이도연은 지난 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서키트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핸드사이클 여자 로드레이스(스포츠등급 H2-4) 결선에서 1시간15분16초71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여자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도연은 2관왕에 등극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이다. 이도연은 인천 대회에서도 도로독주, 로드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틀 연속 압도적인 레이스로 2회 연속 2관왕을 일군 이도연은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며 "달리다보면 멈추고 싶고, 쉬고 싶고,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걸 이겨내고 달려온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달을 노리고 나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비 불량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을 딛고 일어나 이룬 2관왕이다.

그는 늘 뒤에서 힘을 주는 가족들 덕분에 아픔을 빨리 떨치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의 전부라고 말하는 세 딸은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이들이라 덧붙였다.

▲작은 아버지가 2000만원 들여 사준 새 장비로 ‘쌩쌩’

이도연은 장애인아시안게임을 두 달 앞둔 지난 8월 이탈리아 마니아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비 불량 탓에 제대로 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메달을 노리고 폭염 속에서도 훈련을 이어갔지만, 실력 발휘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이도연은 "사이클 탄 지 5년 만에 가장 큰 아픔이었다. 나름대로 관리했는데 정말 우연찮게 생각지도 않은 불량이 생겼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때 메달을 딴 장비라 아꼈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떠올렸다.

이 사연은 한 방송을 통해 방영됐는데, 이를 본 이도연의 작은 아버지가 나섰다. 새로운 장비를 사라며 흔쾌히 2000만원을 내줬다.

이도연은 "작은 아버지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비 불량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 적지 않은 돈인데도 열심히 하라며 건네셨다. 장비에 문제가 있으면 또 사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보험을 든 듯한, 든든한 느낌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자신이 장비에 소홀히 한 탓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한 이도연은 이제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장비에게 말을 건다고 했다. 자신의 몸이나 다름없이 여긴다는 의미다.

이도연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제 달리면서도 자전거를 향해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우리 시작했어’, ‘나름대로 힘을 쓸테니 사고 없이 가줘’, ‘조금 더 달리자’고 한다. 사람들이 웃기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도연을 일으켜 세운 가족의 힘…이제 그들을 위해

1991년 건물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이도연은 장애 이후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한 생활을 했다.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던 그를 밖으로 이끈 것은 어머니 김삼순(70)씨였다.

이도연은 "내가 다치고 나서 어머니가 많이 울었다. 엄마가 사람들에게 내가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탁구를 시작했다. 나가니까 좋아하셨는데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집에 잘 들어가질 않는다"며 웃었다.

그가 탁구, 육상을 거쳐 핸드사이클을 한다고 했을 때 고가의 장비를 사라며 돈을 내준 것도 어머니였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장비를 지원해준 어머니다. 하지만 이도연을 향해 "힘들면 안 해도 된다. 자전거 비용이 미안해서 계속하지는 말라"고 했다.

이도연은 "그 말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사실 자전거 값이 아까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보다 나를 더 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될 때 이도연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그의 어머니는 "너는 할 수 있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도연은 "그런 말들이 부담도 주지 않고,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이도연은 늘 "세 딸을 위해 달린다"고 말한다. 그는 설유선(25)·유준(23)·유휘(21) 세 딸을 두고 있다. "자신의 전부"라고 표현하는 이들이다.

그는 "딸들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그만하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운동한다. 앞에서는 ‘알겠다, 그만하겠다’고 하지만 돌아서서 다시 한다. 내가 고집이 더 센가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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