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협상’의 장소적 적용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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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은 인질범 민태구(현빈 분)와 협상전문가 하채윤 경위(손예진 분)가 대립하는 구도의 범죄물입니다. 단호하고 무자비한 인질범에 비해서 협상가 특유의 장악력이나 카리스마가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인질범 민태구는 태국에서 무기밀매를 하면서 영국 국적을 취득해 리쳐드 민이 됩니다. 이처럼 한국인 민태구, 영국인 리쳐드 민이 태국이나 한국에서 무기밀매를 하거나 한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한 것을 대한민국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장소적 적용범위라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 형법의 적용이 문제되는 경우는 1) 한국인의 국내 범죄, 2) 한국인의 국외 범죄, 3) 외국인의 국내 범죄, 4) 외국인의 국외 범죄의 네 가지 입니다.

자국의 영역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해 범죄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속지주의가 있습니다. 1) 한국인의 국내 범죄와 3) 외국인의 국내 범죄에 대해서는 속지주의 원칙상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자국민의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장소를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속인주의가 있습니다. 2) 한국인의 국외 범죄에 대하여 속인주의 원칙상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 민태구가 태국에서 한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더라도 속인주의 원칙상 우리나라 법으로 처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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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또는 자국민이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범인의 국적과 범죄 장소를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하는 보호주의가 있습니다. 4) 외국인의 국외 범죄 중에서 우리나라나 우리나라 국민의 법익을 침해하면 보호주의 원칙상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영국인 리처드 민이 태국에서 한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더라도 보호주의 원칙상 처벌할 수 있습니다.

범죄 장소, 범죄인의 국적과 상관없이 인류공동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예, 전쟁도발, 국제테러, 통화위조, 민족학살 등)에 대하여 자국형법을 적용하는 세계주의가 있습니다. 우리 형법도 세계주의에 입각하여 약취·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등에 대해서는 세계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민태구의 국내 범죄에 대해서는 속지, 속인주의 원칙, 한국인 민태구의 태국에서 범죄는 속인주의 원칙, 영국인 리쳐드 민의 국내범죄는 속지주의 원칙, 영국인 리쳐드 민의 한국인에 대한 범죄는 보호주의 원칙에 의해서 우리나라 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인 리쳐드 민의 태국에서 행한 단순한 무기밀매는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영화 ‘협상’에서 협상가가 인질범의 생각과 마음을 읽지 못해 협상을 실패하면서 인질들이 살해됩니다. 우리의 삶도 자신 또는 타인과의 협상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협상 속에서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얻는 것보다 자신의 입장을 우선하면서 협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입장 정립보다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얻는 것이 협상의 시작입니다. 손자병법도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하여, 자기를 아는 것보다 상대방을 아는 것을 우선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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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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