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세계 5위 잡은 벤투호, 선수도 팬들도 경기장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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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후반전 황의조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18.10.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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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카드섹션 ‘꿈은 이루어진다’를 만들고 있다. 2018.10.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우루과이 2-1로 제압… 서울월드컵경기장 8번째 매진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우루과이는 정말 강팀이다. 그러나 경기는, 어떤 경기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당연히 경기는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란 의미였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색깔, 내가 원하는 팀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보다 궁극적인 지향점을 덧붙였다.

이기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은 팀과의 경기였다.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오른 팀이자 FIFA 랭킹 5위에 빛나는, 근래 한국 축구가 만난 국가로는 독일 다음으로 수준 높은 나라였다. 벤투 감독의 말처럼 추구하는 내용만 나와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팀인데, 이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후반 20분 황의조의 선제골과 후반 34분 정우영의 결승골을 묶어 승전고를 울렸다. 세계적인 레벨의 팀과 준비된 축구를 구사하면서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가장 먼저 몸을 풀기 위해 필드에 들어선 김승규 골키퍼는 동료 조현우-김진현과 함께 빌드업 훈련부터 실시했다. 페널티에어리어 좌우에 서 있던 조현우-김진현과 공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패스의 시발점이 골키퍼와 센터백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먼저 발을 푼 뒤에 골키퍼 코치와 함께 슈팅을 막아내는 훈련을 진행했다. 벤투호의 지향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난달 9월 칠레전이 끝난 뒤 예고했듯,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후방에서 차근차근 경기를 풀고자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골키퍼(김승규)-센터백(장현수-김영권)-중앙MF(기성용-정우영)를 거쳐 높은 지점으로 이동하려 했다.

이날 우루과이는 최정예로 라인업을 꾸렸다. GK 페르난도 무슬레라(갈라타사라이)를 비롯,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르틴 카세레스(라치오) 루카스 토레이라(아스널) 마티아스 벤시노(인터 밀란), 로드리고 벤탄쿠르(유벤투스) 디에고 라샬트(AC밀란) 크리스티안 스투아니(지로나) 그리고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망)까지 베스트였다.

그런 팀을 상대로 대표팀은 준비한 축구를 구사했다. 물론 여러 차례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 보였고 그래서 실수가 나오거나 보고 있기에 불안불안한 장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시도했다.

어떤 위치에 있든 줄 사람을 찾았다. 우리 지역으로 많이 내려와 있어도, 측면에서 공간이 많지 않아도 무턱대고 공을 앞으로 뿌려 확률 낮은 희망을 거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를 찾아 단계별로 전진하려 노력했다.

지금까지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와 싸울 때 한국 축구의 모습은, 상대보다 한 발 더 뛰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근성류’나 ‘투혼류’가 대부분이었다. 그 악착같은 깡이 통하면 좋은 승부가 나왔고 정신력으로 버텨내기 힘든 수준이면 무너졌던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우루과이를 상대하던 벤투호는 달랐다. 후반 막판 많이 밀리긴 했으나 90분 내내 축구를 했다.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던 대표팀은 후반 20분 값진 선제골을 뽑아냈다. 남태희가 우루과이 진영 정면에서 공을 잡은 뒤 박스 안으로 패스를 찔러줬고 황의조가 코아테스 앞에서 공을 먼저 터치한 뒤 파울을 유도해내면서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골을 기록한 것도 황의조였다.

키커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으나 집중력을 갖고 대기 중이던 황의조가 달려들어가면서 오른발로 재차 밀어 넣어 기어이 골을 만들어냈다. 6만4000여 관중이 가득 들어찬 상암벌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아쉽게도 한국의 리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28분, 베시노에게 동점골을 내줬는데 그 직전 잔디에 미끄러졌던 김영권의 실수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그 아쉬움도 금방 사라져버렸다.

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한국의 추가골이 나왔다. 손흥민의 코너킥을 교체로 필드를 밟은 석혁준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것이 수비수 발에 맞고 나온 것을 정우영이 밀어 넣으면서 한국이 다시 앞서 나갔다. 코너킥 직전 전광판에는 이날 입장관중이 6만4170명이었다는 알림이 나왔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이래 8번째 만원사례였다.

거의 대부분이 유럽 빅리그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우루과이의 정상급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자신들 맘대로 요리하지 못해 애를 태우며 뛰던 모습은 달라질 한국축구의 미래를 기대케 만드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반대로 우루과이급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한국 선수들이 웃으면서 뛰고, 그 모습을 축구팬들이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후반 40분 상암벌은 화려하게 빛났다. 관중들 모두 플래시를 흔들며 아리랑을 합창,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 뜨거웠던 장면과 함께 경기는 2-1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선수들이 변하고 팬들도 변하고 경기장 분위기도 변했다. 벤투호가 많은 것을 바꿔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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