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딥:풀이]② 김인권 “박중훈→임창정 이후 코미디 명맥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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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정상훈, 김인권(오른쪽)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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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김인권, 정상훈 (오른쪽)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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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김인권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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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정상훈, 김인권(오른쪽)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장아름 기자 =
"옛날 코미디로 치면 저는 임하룡이고 정상훈 형은 심형래에요."

김인권은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 속 자신과 정상훈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재밌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 실제 만나고 보니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었다.

정상훈이 30초에 한 번씩 유쾌한 태도로 농담을 던지는 분위기메이커 스타일이라면, 김인권은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이 생각을 털어놓는 달변가였다. 묘하게 영화 속 동반 자살 기도자 모임의 두 인물, 최후의 불꽃 병남(김인권 분)과 인생은 미완성 심선(정상훈 분)의 모습이 겹쳤다.

‘배반의 장미’는 연극 ‘사랑은 죽음보다 어렵다’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 영화다. 원작보다 한국적인 느낌의 코미디를 더 가미했다. 자살을 도모하기로 하고 모텔방에 모인 세 명의 남자가 마지막 여성 멤버인 ‘배반의 장미’의 미모에 반해 죽음을 미루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연극을 원작으로 한 만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코미디 앙상블을 이루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배반의 장미’의 두 주인공 김인권과 정상훈을 쌀쌀해진 10월의 어느 날, 한 삼청동 한 국밥집에서 만났다.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어려웠던 무명시절부터 가족, ‘배반의 장미’와 코미디에 대한 소신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쳤다.

이번 영화를 통해 서로를 처음 만난 이들은 너무나 다른 각자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 ‘존중’의 태도를 보였다. 김인권은 "상훈이 형의 코미디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그가 던졌던 농담을 하나하나 기억해 들려줬고, 정상훈은 "신동엽 형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 선수끼리 만나면 어떨지 궁금했다"며 김인권을 ‘코미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현대판 임하룡, 심형래와의 수다를 공개한다.

<[N딥:풀이]①에 이어>

– 코미디라면 누구 보다 자신있는 배우들인데, 서로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요?

▶ (김인권) 저는 상훈이 형 자체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지만 형의 슬랩스틱 코미디도 너무 좋아해요. 이번에 ‘배반의 장미’를 하고 나니까 저하고 형의 포지션이 달랐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래서 서로 부딪치는 부분은 없었지만 어떻게 보면 저는 리얼리티에만 갇혀있더라고요. 크게 코미디를 한 것 같은데 아니었죠. 형은 오히려 그 위에서 모든 걸 아우르는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다양한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었지만, 형을 보면서 같은 코미디를 하지만 나는 도전적이지 못했구나 반성을 하기도 했죠.

▶ (정상훈) 인권이가 잘 끌어간 덕이죠. ‘배반의 장미’는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드라마를 담고 있어요. 서로가 같이 죽자고 하는 모임에서 주동자가 ‘죽지 말자’고 하면 극이 흘러가지 않으니까, 그걸 잡고 코미디를 끌고 가는 건 어려워요. 이걸 잘 살려야 했는데 인권이가 그 아이러니한 지점의 블랙코미디를 잘 해줬어요.

▶ (김인권) 옛날 코미디로 치면 저는 임하룡이고 형은 심형래에요. 저는 옆에서 신문지로 머리를 쳐주는 역할이죠.

▶(정상훈) 너무 과거로 올라갔다. 쥬라기 시절로 올라 갔는데? 정말 옛사람 같다. (웃음)

▶(김인권) 저는 코미디를 좋아해도 분석가 형이고, 형은 실천가 형이에요. 코미디에도 MC형 코미디가 있고 콩트형 코미디, 연기형 코미디가 있어요. 예전에 영구나 맹구 같은 바보 코미디는 심형래 선배님 같은 연기형 코미디언들이 구가했는데, 유재석 선배님 때부터 MC형 코미디가 확 떴어요. 신동엽 선배님은 양쪽을 오갈 수 있는 코미디언이고요. 어느 순간부터 연기형 코미디가 주저앉았는데 ‘SNL 코리아’에서 정상훈이라는 배우가 연기형 코미디를 보여주더라고요. 신동엽 선배님과 콩트를 보여주는데 저 정말 응원 많이 했어요. 상훈이 형이 연기형 코미디 배우로 대세가 되는데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죠. MC형 코미디를 딛고 연기형 코미디 배우가 힘을 얻었구나. 그래서 상훈이 형을 너무 좋아했고, 그 덕에 영화로 만나게 된 거죠. 좋아하다 보면 만나는 것 같아요.

–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 (김인권) 저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다 챙겨봐요. 코너에 누가 누구와 나왔는지도 다 기억하고요. 한때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개그야’ 등이 사라지만서 안타까웠어요. 요즘 ‘개그콘서트’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아쉬워요.

– 본인의 코미디 스타일은 어떤가요?

▶ (김인권) 저는 대본이 없는 코미디는 어려워요. 그래서 애드리브도 잘 못해요. 형은 공기 중에서도 뭘 갖다가 써요. 어제 무대 인사를 하는데 관객들이 3분의 1밖에 없는데, 형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오늘 이렇게 꽉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요, 그 뒤에 어떤 멘트를 하나 봤더니 ‘다들 이렇게 파란 옷을 입고’라고 해요. 극장 시트가 파란색이었거든요. (웃음)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를 줄이는 과정이 많았어요. 없애도 그 자리에 애드리브를 많이 한 편이었어요. 상훈이 형 순발력에 감탄한 적도 많았어요. 성철이의 발가락을 빠는 애드리브도 형이 만들었어요. (웃음)

▶ (정상훈) 인권이가 애드리브를 잘 못한다고 본인이 말하지만, 저는 동엽이 형도 그랬고 인권이와도 꼭 한 번 진심으로 만나보고 싶었어요. 선수들끼리 만나보고 싶었던 거죠. 코미디 배우들 중에는 진짜 연기 잘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분들이 사실 연기도 잘 하시는데 왜 코미디로만 끝날까 아쉬울 때도 많았어요.

▶ (김인권) 그래서 서운함도 있었어요.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이 그 이상은 못 올라가는 그런 현 상황이 아쉬웠어요. 영화 시상식에도 엄숙주의가 있잖아요. 시상식 뿐만 아니라 영화제에서도 배제되곤 해요. 과거에 장진 감독님이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이 되고 나서 ‘코미디 영화 역사에 기록될 만한 장면’이라고 했을 정도였죠. 코미디 장르가 어느 정도 형성이 돼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코미디 영화의 명맥도 끊어졌어요. 과거에는 박중훈-차승원-임창정으로 이어지는, 명맥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흐름이 끊어지고 역사나 사회, 스릴러 장르물이 더 성행하기 시작했죠. 결국 코미디를 하는 우리가 설 자리는 결국 ‘깔깔이’라고도 하는, 엄숙한 영화 속에서 막간극처럼 주인공 옆에서 까불고 그런 캐릭터에요. 그렇다고 그게 서운한 건 아니에요. 중요한 역할이고, 어느 극에서나 돈키호테 옆에 산초가 있듯 있죠. 모두 중요한 역할이지만 코미디만의 장르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배반의 장미’는 정말 오랜만에 나온 코미디 영화였어요. ‘로마의 휴일’과 ‘게이트’도 정말 재밌었고요.

▶(정상훈) 왜 그런 얘길 해….

(일동 폭소)

– 코미디 영화를 다소 쉽게 평가하는 데 따른 아쉬움도 크실 것 같아요.

▶ (김인권) 코미디 영화들이 아량 없이 재단돼서 넘어갈 때 아쉽고 배우로서도 고민하게 돼요. 분명 ‘배반의 장미’도 위험성을 갖추고 있어요. 농담의 수위가 거슬릴 수 있는, 관객들을 도전적으로 건드리는 웃음이 있어요. 코미디는 권위를 추락시키는 게 시대적 사명이에요. 우릴 알게 모르게 억압하고 있는 가치관을 희화화시켜야 해요. ‘배반의 장미’는 육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성의 욕망을 희화화시키면서 결국 여성을 통해 생명을 얻고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요. 원작이 옛날 작품이고 저예산이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남자에겐 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구원의 메시지마저 재단돼서 서운하기도 해요. 남성의 성적 욕망을 희화화하면서 발생하는 예민한 지점들이 있긴 하지만, 죽음을 바랐던 남자들이 여자가 등장하고 살려는 의지가 생기고 반성하는 과정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최후의 불꽃도 배반의 장미의 말을 듣고 딸에게 문자를 하고 딸에게서 온 세 개의 하트로 살게 되잖아요. 구원은 여자로 인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성적 욕망으로 인해 발생된 아이러니한 결과지만 결국 생명을 얻었고 그 희화화가 역설적으로 생명을 주는 결과를 가져왔죠. 결코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영화가 아니에요. 그래서 어떤 희화화도 연기할 수 있었어요.

▶ (정상훈) 예전에는 다양한 코미디를 시도하는 영화들이 많았어요. ‘색즉시공’이나 ‘라이터를 켜라’ ‘박수칠 때 떠나라’와 같은 코미디 영화가 안 나오더라고요.

▶ (김인권) 영화 표값이 비싸면 비싸질수록 값어치가 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엄밀히 얘기하면 ‘신과 함께’도, ‘어벤져스’도 코미디인데 관객 분들이 인식하고 보지 않을 만큼 값어치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고민되는 지점도 있어요.

<[N딥:풀이]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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