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딥:풀이]③ 정상훈 “가장 신경쓰이는 사람?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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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정상훈, 김인권(오른쪽)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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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정상훈, 김인권(오른쪽)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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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정상훈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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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한식당, 영화 ‘배반의 장미’ 배우 정상훈, 김인권(오른쪽)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장아름 기자 =

"옛날 코미디로 치면 저는 임하룡이고 정상훈 형은 심형래에요."


김인권은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 속 자신과 정상훈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재밌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 실제 만나고 보니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었다.

정상훈이 30초에 한 번씩 유쾌한 태도로 농담을 던지는 분위기메이커 스타일이라면, 김인권은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이 생각을 털어놓는 달변가였다. 묘하게 영화 속 동반 자살 기도자 모임의 두 인물, 최후의 불꽃 병남(김인권 분)과 인생은 미완성 심선(정상훈 분)의 모습이 겹쳤다.

‘배반의 장미’는 연극 ‘사랑은 죽음보다 어렵다’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 영화다. 원작보다 한국적인 느낌의 코미디를 더 가미했다. 자살을 도모하기로 하고 모텔방에 모인 세 명의 남자가 마지막 여성 멤버인 ‘배반의 장미’의 미모에 반해 죽음을 미루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연극을 원작으로 한 만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코미디 앙상블을 이루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배반의 장미’의 두 주인공 김인권과 정상훈을 쌀쌀해진 10월의 어느 날, 한 삼청동 한 국밥집에서 만났다.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어려웠던 무명시절부터 가족, ‘배반의 장미’와 코미디에 대한 소신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쳤다.

이번 영화를 통해 서로를 처음 만난 이들은 너무나 다른 각자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 ‘존중’의 태도를 보였다. 김인권은 "상훈이 형의 코미디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그가 던졌던 농담을 하나하나 기억해 들려줬고, 정상훈은 "신동엽 형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 선수끼리 만나면 어떨지 궁금했다"며 김인권을 ‘코미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현대판 임하룡, 심형래와의 수다를 공개한다.

<[N딥:풀이]②에 이어>

– 코미디 영화에 대한 평가도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 (김인권) 웃음이 터진 사람들은 비판을 하진 않아요. 안 웃는 사람들이 비판을 가하는데 그건 질서를 건드렸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거죠. 질서가 파괴되면 비판이 나오는 거예요. 사회에선 우리에게 질서를 요구하지만 코미디언은 그걸 건드리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 자살이라는 소재도 배우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 (김인권) 생명을 건드리는 소재이기 때문에 진지했어야 했어요. 어떤 경우가 있어도 한 사람의 자살 심정을 희화화 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돼요. 자칫하면 집단 자살에 대한 희화화가 될 수 있었고 이걸 비하했다고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진지함을 가져가려고 했아요. 코미디는 상훈이 형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죠. 형이 남성의 욕망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벗으면서 열연하는 모습에서 묘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부분이 았었어요. 형은 정말 온몸으로 연기했어요.

– 캐릭터의 심정에 공감할 만큼 힘든 적도 있었나요?

▶ (정상훈) 저는 죽음이란 걸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김인권) 죽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민 이 역할을 해서 그런지 그 역할로서 스스로에 대해 묻게 되는 것 같아요.

-김인권씨는 술을 끊었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있나요?

▶(김인권)과도하게 ‘필름’이 끊길 때까지 먹는 스타일이었어요.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2병을 비워버렸죠. 진상 중에 진상이었달까요. 스태프들이 ‘너는 항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실려 나가더라’고 할 정도였어요. 젊을 때는 감정 폭이 넓어져서 연기에 도움이 됐는데 시간이 지나니 광기로 흘러가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취하지 않아서 더 많이 먹다보니 취하고 그 다음날 일어나면 몸이 너무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끊었어요.

-정상훈씨는 피부가 너무 좋아지셨는데, 비법이 있다면.


▶ (정상훈) 정수기를 최근에 바꿨어요.(일동 웃음)

– 육아 고수이기도 하신데요.

▶ (정상훈) 저는 육아로 글 연재도 했었어요. 연재 제의가 들어와서 뭘 써볼까 하다가 육아를 연재해야겠다 해서 하게 됐어요. 일이 없을 당시 제가 아내 산후조리도 도왔고 육아도 같이 했거든요. 이유식 만드는 법 등을 공유했는데 그렇게 인기가 많아질 줄 몰랐어요. 나중에는 책까지 냈어요.

– 육아 예능 섭외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 (정상훈) 제의가 많이 왔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동의를 구한 게 아니라며 출연하고 싶은 건 당신을 위한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진짜 연락이 많이 왔지만 아내가 확고했어요. 아이들이 예쁘니까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아내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겠다 싶더라고요.

– ‘배반의 장미’ 속 세 사람처럼 두 사람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 (정상훈) 이번에 이뤘어요. 뮤지컬 많이 했으니까 작년에 뉴욕에 아내와 다녀왔어요. 입국 인터뷰 때 쫓겨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보고 둘이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그냥 가라고 하더라고요. 브로드웨이 42번가 갔는데, 그 광장에 우리 둘만 있는데, 정말 추웠어요. 줄리아 로버츠가 웃었던 거리, 센트럴 파크 얘기도 많이 했는데 막상 가니 너무 춥고 앙상한, 호수 공원과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죠.

그런데 그건 인정해요. 자연사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댓츠 롸잇’ 미국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에요. 제가 박문관을 많이 가봤는데 그 안에 이집트관이 있는데 거기서 확 빠졌어요. 이집트에 있는 돌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생략) 한국관을 가면 우리보다 더 잘해놨어요. 고려 청자가 몇십점이 있고요. 대단하신 분들이야.

브로드웨이 가서 뮤지컬도 보고 소원을 풀었어요. 뮤지컬을 너무 잘 만들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창을 외국인이 하게 되면 그 한이라는 게 안 나오잖아요. 우리도 그 진짜 그루브를 따라갈 수는 없잖아요. 진짜를 보고 온 거죠. 그래서 당분간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없을 것 같아요. 아내와 스위스,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긴 해요.

▶ (김인권) 저는 버킷리스트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상훈이 형 얘길 들어보니까 풍요롭게 사시는구나 싶기도 해요. 첫째딸이 원하는 게 싱가포르에 있는 배 위에 있는 호텔에서 묵는 건데, 아직 여유가 없어서 못해줄 것 같아요.

아내와 반지하방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바쁘게 아이들을 키웠고 이제 안정을 찾기 시작했는데 저는 지금 단계에선 집부터 마련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삶을 벽돌 쌓듯 살고 싶어서 내 단계가 아닌 상황에서 뭔가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다져진 토대 위에서 나중에 생각해보고 싶어요. 아내도 제가 답답해보일 수 있지만 단계별로 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빨리 여유가 생겨서 데리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촬영하러 혼자는 다니는데 그럴 때 가족들에게 미안해요.

– 배우로서 흥행이 기쁜 일일까요, 혹은 메시지가 한 관객에게라도 제대로 전달되는 게 더 기쁜 일일까요.

▶ (김인권) 관객수도 중요한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화를 만들려면 취지만 맞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마련돼야 하고 투자금이 회수돼야 자본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라도 영화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면 안타까운 것 같아요. 메시지를 매끄럽게 전달하는 게 배우의 역할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배반의 장미’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제게 있어서도 부끄럽지 않은 영화로 남길 바라요. 그리고 영화계 다양성을 위해서도 이런 영화도 필요하고 다른 영화들이 힘을 얻으려면 ‘배반의 장미’가 꺾이지 않고 잘 돼야 잘 돼야 가능하잖아요.

▶ (정상훈) 일단 관객 분들이 많이 봐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코미디 영화의 관객이 소수이지만 언젠가 다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끝까지 갈 생각이에요. 잘 만든 상업영화에는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고 다 잘 짜여져 있어요. 다소 개연성에 맞지 않지만 웃을 수 있는 영화도 있고, 독특하거나 색깔이 분명한 블랙코미디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영화들도 외면받지 않았으면 해요.

– 두 배우를 긴장하게 만드는, 평가를 해주는 누군가가 있을까요?

▶ (정상훈) 제게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면 조정석인 것 같아요. 정석이 하고는 대본이 들어오면 서로 읽어주기도 해요. 서로 코멘트도 많이 해주고요.

▶ (김인권) 전 그런 사람은 없었는데 딸들이 최근 개봉한 ‘물괴’를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전작 ‘비밥바룰라’는 어르신들이 나오다 보니 지루해 했는데 ‘물괴’를 보더니 ‘아빠 멋있다’고 했어요. (웃음) 옆자리에 앉아서 ‘아빠 최고야’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는데 눈물이 찔끔 했죠. 그 맛을 알아버리니까 딸들한테 절대 부끄럽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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