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현실을 동시에 본 벤투호…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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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전반전 박주호가 골을 넣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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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후반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 월드컵 후 "더 좋은 축구, 보다 수준 높은 축구를 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목마름을 보았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정말 배고픈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 모습을 파악하면서 너무도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정말로 전력이 나아져서 선수들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선배로서, 또 실무 책임자로서 반드시 뛰어난 지도자를 영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만든 단초였고 그 실마리를 잡고 노력한 끝에 ‘벤투 사단’과 한국축구의 동행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벤투 감독과 함께 한 대표팀은 9월과 10월 두 차례의 A매치 일정을 소화했다. 코스타리카와 칠레(이상 9월), 우루과이와 파나마(이상 10월) 등 꽤 강한 상대들과의 평가전이 꼬리를 물었는데 전체적으로 급한 갈증은 해소된 모양새다. 선수들도 팬들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도 느낀 일정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로써 대표팀은 벤투 감독 체제 출범 후 4경기 2승2무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9월 기준)였던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완파하면서 시작한 벤투호는 코파아메리카 챔피언인 칠레와 0-0으로 비기면서 ‘할 수 있다’는 희망가를 불렀다. 그리고 지난 12일 FIFA랭킹 5위에 빛나는 강호 우루과이와의 대결에서 2-1로 승리하는 놀라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축구가 우루과이를 잡은 것은 처음이다.

사실 대표팀 면면은 러시아 월드컵과 견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주로 기용한 베스트11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변화 폭은 크지 않다. 전방에 황의조, 공격형 MF에 남태희가 가세한 정도 외에는 기성용, 손흥민, 정우영, 장현수, 김영권, 이용 등 기존의 골격이 그대로 벤투호의 중심이 됐다. 단 스타일은 차이가 컸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며 아무래도 강한 상대에게 맞춤, 대응하는 것에 신경을 썼던 것과 달리 ‘우리 축구’를 갖추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그 출발은 후방 빌드업이었다. 벤투 감독은 의도적으로 골키퍼-센터백(장현수나 김영권)-중앙MF(기성용이나 정우영)를 거쳐 전방으로 전진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후방에서 확률 떨어지는 롱킥을 지양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려 노력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 때문에 실수도 잦았으나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실험했다. 그 투자와 함께 대표팀은 우리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고 칠레나 우루과이 같은 수준 높은 팀과의 대결에서도 효과를 거두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갈아입은 옷이 완벽하게 몸에 맞는 것은 아니었다. 맞는 것처럼 보였으나 아직은 억지로 맞춘 느낌이고 이는 분명 ‘새 감독 효과’를 비롯한 정신적인 배경들과 무관치 않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에게 눈도장을 받아야한다는 배경 속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집중해서 짜냈다. 그 덕분에 기본적인 팀 전투력이 상승했다고 보는 게 맞다.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전이 완승으로 끝난 뒤 대표팀 기둥 기성용은 "전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으로 플레이했고 전후반 모두 나무랄 데 없었다"고 기쁨을 전하면서도 "그러나 첫 경기는 모두가 열심히 뛴다. 지난 감독님 때도 그랬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경기력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붙인 바 있다. 우려대로였다.

집중력이 이어진 칠레전과 우루과이전 그리고 파나마와의 전반전까지 대표팀의 경기력은 줄곧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파나마와의 후반전은 같은 팀이었는가 싶을 정도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체력도 뚝 떨어지자 전체적인 경쟁력도 뚜렷하게 후퇴했다. 어쩌면 이 민낯을 동시에 보았다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펼쳐지는 경기마다 연전연승, 승승장구한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아직 한국 축구의 수준은 그런 궤도를 바랄 단계가 아니고 따라서 가능성과 함께 곱씹어 되짚을 것을 보았다는 게 더 큰 소득이다. 한껏 바람이 들어가던 선수들도 관계자들도 다시 냉정하게 점검할 때다.

일단 급한 갈증은 해소됐다. 선수들보다 더 목말랐던 팬들도 4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큰 호응과 함께 벤투호의 내일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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