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움 지피러 중국으로 들어가는 승부사 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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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결국 중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전북현대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최강희 감독은 뜨거운 축구인이다. 옆집 아저씨 같은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지고 있고 ‘봉동이장’이라는 푸근한 수식어와 개그맨 뺨치는 넉살 좋은 입담 때문에 가려져 있으나 알 만한 사람들은 "최강희 감독만큼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 시절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던 최강희 감독은 ‘스태미나의 화신’으로 통했다. 마크맨이 정해지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의 소유자였다. 자신이 잘 쓰는 표현인 ‘애절하게’ 운동했기에 서른이 넘어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무대도 밟을 수 있었다.

그렇게 뜨거운 불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에 전북현대를 확 바꿔 놓을 수 있었다. 과거 그저 그런 팀에 그쳤던 전북이 그와 함께 했던 14년 동안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클럽이 됐다. 최근 10시즌 동안 6번 K리그를 제패하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하다. 평균관중 3만명을 꿈꾸는 인기 구단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팀은 화려하게 변했으나 오히려 최강희 감독의 뜨거움은 점점 식어갔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택하게 된 배경이다.

전북 구단은 22일 "최강희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의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면서 "계약기간(2020년)이 아직 남아 있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을 결심한 최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3~4년 전부터 최강희 감독을 향한 중국 클럽들의 러브콜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때마다 최 감독은 웃어넘겼다. 완주군 봉동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차장 밖을 바라보며 "여기에 묫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무시무시한 농담으로 팀에 대한 애정을 전해왔던 그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최 감독은 지난 1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까지는 내 스스로 나를 바늘로 찌르면서 버텨왔는데 이제는 아파서 더 못 찌를 것 같다"는 표현으로 마음의 정리가 됐음을 에둘러 표현한 바 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지금까지 매년 많은 오퍼를 받았으나 한 번도 문 열고 나가 협상테이블에 앉아본 적 없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올해 우승을 하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울산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갔는데 답답했다. 감동은커녕 너무 썰렁하더라. 그날 이후 진지하게 고민됐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점점 차가워지는 K리그의 환경, 스스로의 애절함과 동기부여가 약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 쪽으로 가닥을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K리그에서 받을 수 없는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무대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중국에 가서 돈 안 벌어도 될 정도는 벌었다"는 말로 돈이 결심의 근본은 아니라는 뜻을 피력했다. 중요한 것은 가슴의 불을 다시 지필 동기부여였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슈퍼리그는 승부사의 승부욕을 끓어오르게 하기에 적합한 무대다.

지금껏 적잖은 한국의 지도자들이 중국 무대를 노크했으나 거의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됐다. ‘충칭의 별’로 통한 이장수 감독 정도만이 입지를 구축했고 다수는 시작할 때와 달리 끝이 쓸쓸했다. 한국의 지도자들뿐만이 아니다. 유럽무대를 누볐던 빅네임들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가차 없이 철퇴를 내리는 곳이 중국이다.

최강희 감독도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이제 적잖은 나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에서의 실패는 다시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바늘을 찌르는 것만큼 집중해야하는 조건이 최강희 감독을 중국으로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일 수 있다.

그는 "남들은 (중국에서 오퍼가 들어오느)좋은 고민이라고 하는데, 세상에 좋은 고민이 어딨는가"라고 웃은 뒤 "고민이 많은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K리그를 평정한 최강희 감독이 자신에게 ‘강희대제’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중국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뜨거움을 다시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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