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암수살인’의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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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은 제목처럼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수사도 없어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살인범죄의 잔혹함보다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작품 속에서, 수감 중인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는 김형민 형사(김윤식 분)에게 추가 살인사건들에 대해 자백합니다. 강태오는 안경, 영치금, 각서 등을 받고 자백한 후 법정에서는 부인합니다. 이러한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을까요?

자백이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말합니다. 자백은 구두에 의한 진술이든 서면에 의한 진술이든 상관없습니다. 즉, 수사기관에서 자백뿐만 아니라 일기나 수첩 등에 자기의 범죄사실을 기재해둔 것도 자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합니다. 자백도 증거의 하나이므로 자백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피고인의 자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합니다.

즉, 피고인이 임의로 한 증거능력과 신용성이 있는 자백에 의해 법관이 유죄의 심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보강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자백보강법칙이라고 합니다. 형사소송법뿐만 아니라 헌법에도 규정된 헌법상 원칙입니다.

보강증거는 피고인 자백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독립된 증거(예, 범행도구, 시체 등)를 말합니다. 공범자의 자백은 보강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더라도 공범자가 자백하면 보강증거 없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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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강태오는 자백이 자신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로서 그 자백만으로는 자신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태오는 김형민 형사에게 자유롭게 자백을 하고, 김형민 형사는 강태오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입니다.

강태오가 자백하면서 김형민 형사에게 속옷, 안경, 영치금, 각서 등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자백을 임의성이 없는 자백으로 만들어 증거능력을 부정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증거능력 없는 증거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를 자백배제법칙이라고 하는데,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라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고, 이와 유사하게 헌법에도 규정된 헌법상 원칙입니다.

살인범 강태오가 자백을 하면서 속옷, 안경, 영치금, 각서 등을 받은 것은 자백배제법칙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려는 것입니다. 설령, 자신의 자백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자백보강법칙에 의해서 보강증거가 없으면 자신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태오는 김형민 형사에게 게임을 한 것입니다.

살인범 강태오가 범죄사실을 자백하든 부인하든 상관없이,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하나입니다. 증거에 의해 사실을 인정해야하는 사법기관은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지만 형식적 진실에 머무는 한계를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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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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