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송라이터] 동방신기 15년의 시작 알린 작곡가 박창현, 그리고 ‘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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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조금만 방향을 돌리면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 선 가수에게서 조금만 시선을 틀면 또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 작사가 혹은 작곡가, 즉 송라이터가 있다. 그리고 명곡의 탄생은 송라이터로부터 시작된다. 무대 뒤, 또 다른 무대에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그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그룹 동방신기가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동방신기의 명곡은 단연 ‘허그(hug)’가 아닐까. 2003년 12월 26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서 데뷔한 동방신기는 데뷔 타이틀곡 ‘허그’를 발매, 단숨에 대형 팬덤을 거느린 그룹으로 떠올랐다.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를 외치던 다섯 소년에게 푹 빠지게한 음악을 만든 박창현 작곡가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15주년 장수 그룹을 있게 한 시작점 ‘허그’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음악 업계에 대한 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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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와 ‘허그’, 그 뒤에 존재한 SM의 음악 시스템


박창현 작곡가는 10년 전 동방신기의 ‘허그’로 히트 작곡가 대열에 합류했다. 가수 이승환의 드림팩토리 소속 작곡가로 활동했던 그는 회사 계약 만료와 함께 SM이라는 행운을 만났다. 그룹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미씽유(Missing You)’에 이어 기존 추구하던 음악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대성공을 이룬 첫 곡이기에 ‘허그’ 작업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원래 ‘허그’는 그룹 파이브(F-ive)에게 갈 뻔했는데 인연이 안 된 곡이에요. 그리고 SM에서 데뷔 예정이었던 그룹 동방신기와 만나게 됐죠. 가사가 굉장히 중요한 곡이었는데 이수만 선생님의 구체적인 요청이 있었어요. ‘가사에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등과 같은 레퍼런스였죠. 작사는 A&R 윤정씨와 함께 작업했는데 제가 쓴 가사의 틀 위에 아이디어를 받고, 정리하는 식으로 해나갔죠. 혼자였다면 절대 못 썼을 감성의 곡이죠.(웃음)”

동방신기가 데뷔할 시기, SM엔터테인먼트의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고착되던 시점이었다. 그룹뿐 아니라 한 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내부 전문가들과 작가 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박 작곡가는“‘허그’를 작업할 때 잘 될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신인 그룹이었고 그 역시 전문적으로 아이돌 그룹 음악을 하는 작곡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그’의 성공 비결을 SM의 시스템으로 꼽았다.

“아마 제가 음악을 한 경력에 있어 그렇게 치밀하게 작업을 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시스템이 점철됐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한 번 수정을 할 때마다 전체 모니터링을 진행, 피드백이 왔었어요. 많은 수정 작업과 녹음이 이뤄졌어요. 처음에 만들었던 곡에서 아이디어를 받고 수정하는 식이었죠. 처음과는 다른 분위기의 ‘허그’가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해요. 곡의 분위기처럼 로맨틱한 과정만은 아니었죠.”

“동방신기가 나올 당시 회사에서 이 그룹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연습생 시절 이미 팬덤이 형성되어 있었고, 첫 방송부터 1위 가수인 것처럼 바로 반응이 왔어요. 당시 학교 끝나고 구 SM 건물 뒤 농구장에서 땀 흘리고 녹음하러 왔던 평범해 보이는 소년들은 아주 큰 그룹이 되었고 저는 혼자 삼겹살 2인분을 사 먹는 게 소원인 작곡가였는데 그 이상의 꿈을 이루게 됐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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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작곡가, 자기복제의 매너리즘…Just Do it


‘미씽유’, ‘허그’, ‘믿어요’ 등이 연속으로 히트한 후 작곡가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곡 의뢰가 물밀 듯 들어왔고, 업계에서 위치도 달라졌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그는 장르의 고민과 자기복제의 문제 사이에서 갈등했다. 히트 작곡가, 작사가는 잘 된 곡의 분위기와 비슷한 레퍼런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즐거운 작업을 할 경우에만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이 탄생할까. 그는 케이윌의 명곡 ‘1초에 한 방울’, ‘눈물이 뚝뚝’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과거 케이윌 곡의 작사 의뢰를 받은 적이 있어요. 먼저 A 곡의 작업을 했는데 회사에서 가사가 잘 나왔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런데 A 곡에 썼던 가사를 B 곡에 붙여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웃음) 이 작업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해야 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썼죠. 그런데 A라는 곡에 다시 새로운 가사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죠.(웃음) 이 작업도 힘들었지만 해야 하니까 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1초에 한 방울’과 ‘눈물이 뚝뚝’이에요. 꼭 애착이 가고 깊은 사연이 있는 곡이 잘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는 곡이라고 해도 일단 해내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박 작곡가는 S.E.S,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신승훈, 동방신기, 신화, 보아, SG워너비, 안재욱, 슈퍼주니어, 케이윌, 휘성, 이효리, 박효신, 소녀시대, 샤이니 등의 곡을 썼다.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묵묵히 해나갔기에 장르에 가리지 않는 작곡가가 된 것이다. 그는 “프로페셔널 작곡가와 다른 생각일 수 있지만, 내가 한 곡의 운명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는 습관적으로,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일을 그냥 하면 되고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취향의 매너리즘에 빠진 신인 작가들을 위한 조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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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으로 ‘오래’ 살아간다는 것, 작사가의 재능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야 해요. 히트곡을 한 번 정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지속해서 잘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죠. 작가는 곡의 멜로디뿐 아니라 반주의 모든 파트를 입으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해야 해요. 악기 구성까지 입으로 흉내 낼 수 있을 정도로요. 음악은 100%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자기 몸 안에 배어있는 것들이 자기도 모르게 선택되고 조합돼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몸 안에 저장된 데이터들이 많아야 해요.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 멜로디를 암기하는 선에서 하면 일반 사람들과 다를 것 없잖아요. 가수가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고 어디서 목소리를 긁고, 모든 걸 느껴야 해요.”

대중가요에 있어 멜로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당연히 가사다. 멜로디와 잘 어우러지는 가사, 멜로디를 살려주는 가사, 멜로디의 이름이 되어주는 가사, 혹은 대중에게 공감을 직접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 가사를 잘 써요. 가사는 글과 달라서 쓸 수 있는 공간이 좁아요. 그 안에 모든 창작 욕구를 넣을 수 없어요. 공간은 좁은데 많은 것을 넣으려고 하다 보면 스스로 힘들어질 뿐 아니라 가사 또한 흐트러지죠. 특히 글을 아무리 잘 써도 멜로디와 붙여보지 않으면 몰라요. 또 부분마다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어요. 이 부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냥 자신이 어떤 스토리를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 있어요. 노래를 들어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트레이닝으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가수 박효신이 데뷔한 신촌뮤직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인생 첫 출발을 알린 박창현 작곡가. 그는 이승환이 설립한 드림팩토리에서 작곡을 시작했다. 음악적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전성기 시절 7년 동안 외국에서 음악 공부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교수와 제작자로서도 활동, 제자이자 밴드 어쿠스티 제작에 힘쓰고 있다. 치열하게 꿈꿔봤기에 제자들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깊다. 그는 “작곡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아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은 쪽에 마음이 간다”고 말하며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평생 음악과 함께한 박창현 작곡가에게 음악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재미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특히 “음악을 하는 것은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말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byh_star@fnnews.com fn스타 백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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