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찬스에 강하다.. 손흥민이 ‘손날두’로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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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팬들 사이에선 손흥민 선수의 ‘여권을 숨겨라’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다가오는 AFC 아시안컵 때문에 팀을 잠시 떠나야 하는 손흥민 선수를 붙잡으려는 팬심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뿐이랴. 별명 짓기 좋아하는 영국 언론들은 갖가지 수식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손날두'(Sonaldo·손흥민+호날두), ‘손샤인’(손흥민+Shine), ‘손데렐라’(Son+Cinderella), ‘손타클로스’(Son+Santa Claus), ‘히어컴즈더손’ (Here comes the Son)까지 온갖 별칭을 지어내고 있다. 그만큼 우리뿐만 아니라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 선수에 열광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손흥민의 물오른 득점력은 이번 시즌 중반 들어 폭발하고 있다. 손흥민은 2018-19시즌 리그에서 출장한 14경기에서 7골 4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리그 컵과 리그를 포함한 3경기에서는 5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은 리그 2위로 치고 올라섰으며 선두 리버풀을 바짝 뒤쫓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이번 시즌 초반부터 활약이 두드러졌던 건 아니다. 시즌 초반, 손흥민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팀을 떠나 동료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고, 체력적인 준비도 되지 못했다.

이후 시즌 중반, 경기 출전 횟수가 늘면서 손흥민 특유의 ‘골 본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아스널전에서 ‘골 맛’을 본 손흥민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연속 골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의 최근 3경기에서 나온 5골의 득점 패턴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볼 수 있다. 바로 기회가 왔을 때 흥분하지 않고 집중해서 때리는 골 결정력이다. 손흥민 특유의 침착함과 집중력을 발휘하여 다섯 골 중 세 골을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나머지 두 골은 실력에 ‘행운 한 스푼’이 더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최근 손흥민 선수가 기록한 다섯 골의 득점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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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s 아스널, 전반 20분 득점 장면 (EFL 리그컵 3호골)

사진① 을 보면 아스널의 중앙 수비수들은 전부 해리 케인(노란색)을 쳐다보고 있다. 손흥민(빨간색)은 상대 수비수들의 등 뒤로 돌아서 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상대 수비의 등 뒤에서 침투할 경우 상대 수비수들의 시야에 손흥민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 이 경우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눈깜짝할 사이 손흥민이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당황하게 된다.

결국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위치 선점으로 상대팀 문전까지 온 손흥민은 팀 동료의 패스를 받고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왼발로 공을 차 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오른발 뿐 아니라 왼발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서 자신이 오른발로 차야할지 왼발로 찰지 선택하는 건 흥분하면 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양 발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손흥민은 어느 위치에서 어떤 각도에 놓여 있더라도 침착하게 상대 골문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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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vs 에버턴, 전반 27분 득점 장면 (EPL 시즌 4호골)

사진①에서 볼 수 있듯 손흥민은 이번에도 상대 수비수의 등 뒤에서 공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또 한 가지 칭찬할 점은 상대 수비보다 공으로부터 더 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손흥민의 성실한 전방 압박이 수비수의 실책을 유도했다.(사진②)

손흥민은 본인의 성실함에 보답이라도 받듯 빈 골대에 공을 차 넣으며 득점에 성공한다.(사진③) 빈 골대이긴 했지만 이 득점은 결코 쉬운 득점이 아니다. 공을 받은 위치에서 손흥민과 골대 사이의 각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상대편 수비수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침착하게 정교한 오른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 선수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서 "어려운 각도에서의 골이었다. 나는 단지 정확하게 차려고 노력했고, 좋은 시간에 골을 뽑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골을 통해 경기는 판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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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s 에버턴, 후반 16분 득점 장면 (EPL 시즌 5호골)

사진①에서는 다시 한 번 손흥민(빨간색)이 상대 수비수의 시야 밖에서 상대 골대로 침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 마이클 킨(파란색)은 공을 갖고 있는 라멜라(노란색)에게 시선을 빼앗긴 상황이다. 물론 손흥민의 오른쪽에 손흥민을 보고 있는 수비수가 한 명 있지만 손흥민이 상대 골대와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팀 동료의 강한 패스를 부드러운 트래핑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손흥민은 결국 사진②에서 볼 수 있듯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골키퍼가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왔지만, 손흥민은 침착하게 상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공을 차 넣으며 득점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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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vs 본머스, 전반 23분 득점 장면 (EPL 6호골)

사진①에서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공을 받았지만 그의 주변에 상대 수비가 아무도 없다. 상대 수비수 5명이 에워싸고는 있지만 압박이 느슨해 손흥민 주변으로 약 3~4미터 가량의 공간(빨간 원)이 확보된 상태였다.

손흥민은 이 장면에서 지체 없이 상대 오른쪽 구석을 노리는 슈팅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한다.(사진②)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손흥민에게 저 정도 공간을 주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이 골로 인해 손흥민은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골로 연결할 수 있는 정교한 슈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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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s 본머스, 후반 25분 득점 장면 (EPL 7호골)

손흥민의 시즌 7호골은 상대 골문 앞 혼전상황에서 나왔다. 사진①에서 볼 수 있듯, 상대 골키퍼와 토트넘 팀 동료들이 바닥에 넘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손흥민(빨간색)은 넘어져 있는 동료(노란색)와 본인 사이에 상대 수비수가 없는 위치로 계속해서 움직이며 위치 선정을 하고 있다.

사진①의 상황에서 공이 손흥민에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공이 나간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상대 골문앞에서 위협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손흥민은 동료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온 것을 상대 수비수보다 먼저 낚아채는 데에 성공한다.(사진②) 그리고 침착하게 엎어져 있던 상대 골키퍼의 수비 범위 바깥으로 공을 몰고 나와 득점에 성공한다. (사진③)

지금까지 종합해 보면 손흥민 선수의 골 득점과정은 다음과 같다. ▲ 공을 받을 가능성이 적어도 상대팀을 괴롭히는 집요함 ▲ 상대 수비수의 등 뒤에서 시작하는 침투의 습관화 ▲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빠른 주력과 체력 ▲ 양발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기술 ▲ 공간만 있다면 시도하는 정교한 유효슈팅 순이다.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 득점 패턴을 두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선수와 비교하기도 한다. 영국 현지 매체 ‘스크롤인’은 본머스전 이후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리그 112경기에 출장해 35골 15도움을 기록하며 50골에 관여했다”면서 "SONaldo”(SON + Ronaldo)라고 수식했다. ‘손날두’는 손흥민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가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모습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호날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붙여진 별명이다.

손흥민의 실력은 ‘진짜’다. 현지에선 독일에서 이적한 손흥민 선수가 EPL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거기에 아직 92년생에 만 26살의 나이인 손흥민은 향후 5년간은 본인의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손흥민이 있는 동안 토트넘 팬들이 60년 만에 리그 우승을 기대하는 이유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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