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얘기인줄로만 알았는데.. 한국에도 축구 7부리그가 있다고? [소소韓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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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태동하는 봄입니다. 봄이 되며 스포츠 팬들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프로축구 K리그가, 말에는 프로야구 KBO리그가 연이어 개막했기 때문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저는 응원하는 팀의 승패를 보며 울다 웃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가대표 축구팀 소식을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보게 됐습니다. 지난달 26일, 콜롬비아와의 A매치 경기 하프타임에 ‘생활축구 K5·K6·K7리그(이하 디비전리그)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세상에, 축구 7부리그라니요. 저 멀리 유럽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아홉살 무렵부터 축구를 보기 시작했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축구를 봐온 셈입니다. 나름 한국 축구에 빠삭하다고 자부했는데, 7부리그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조금은 부끄러워졌습니다.

■ 1부리그에서 7부리그까지.. 축구 디비전 시스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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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는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1·2와 실업리그인 내셔널리그, 세미프로리그인 K3 어드밴스·베이직 리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해 정식 출범한 디비전리그는 이 리그들의 하위리그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디비전리그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리그입니다. 쉽게 말하면 ‘동호인축구’, ‘생활축구’에 가깝습니다. 생활축구는 원래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가 관장해 왔습니다. 지난 2015년 대한축구협회와 이 단체가 통합됐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시스템이 마침내 탄생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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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2017년 최하위 7부에 해당하는 디비전7을, 지난해에는 디비전6을 시작한데 이어 올해에는 최상위리그인 디비전5를 출범했습니다. 상위 리그와의 통일성을 위해 올해 이 명칭들을 각각 K5, K6, K7로 바꾼 것입니다. K7은 시군구 단위 리그, K6은 시도 단위 리그, K5는 광역 단위 리그입니다. 축구협회는 "협회에 팀 등록 후 참가신청을 하면 K7부터 참여할 수 있다"면서 "다만 경기장 사정 등이 여의치 않아 참가팀 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비전리그에는 상위리그와 마찬가지로 ‘승강제’가 있습니다. 성적이 좋은 팀은 상부리그로 승격되고, 하위권의 팀은 하부리그로 강등되는 방식입니다. 축구협회는 이번 K5~K7리그 출범과 함께 2023년까지 1~2부 프로, 3~4부 세미프로, 5~7부 아마추어로 이어지는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K7→K5 승격한 아마 클럽 "경기 뛰는 목적성 생겼다"

벽산플레이어스FC(이하 벽산FC)는 서울 관악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축구 클럽입니다. 지난 2017년 디비전7에 처음 참가한 벽산FC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승격을 거듭, 올해는 아마추어 최상위리그인 K5에서 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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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이끄는 정희상 감독은 "리그에 참여하며 단순히 우리끼리 즐기기만 하는 축구가 아니라,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목적성’을 가지게 됐다"라고 그 장점을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팀 홍보, 전략 및 전술 영상화, 선수 훈련 등 생활축구에 관련된 부가 사업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 리그임에는 틀림없지만 생활축구의 실질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못하는 점, 최초 홍보가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벽산FC는 아마추어 클럽이지만 제법 체계적인 축구팀의 형태를 갖췄습니다. 최근에는 한 축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2019 FA컵 1라운드에 진출하며 팀의 존재가 알려진 후, 그동안의 성적이나 예쁜 엠블럼 등에 호기심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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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구단에서 마련한 원정버스를 타고 FA컵 단체관람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로구단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입니다. 정 감독은 "연고가 없는 생활체육팀을 응원하는 일은 사실 거의 없다. 응원소리가 낯설어 부끄럽기도 했지만, 묘한 흥분감이 들었고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제게는 오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생겨난 수많은 ‘동네 축구팀’들이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100년도 더 걸릴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디비전리그를 취재하며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축구협회가 구상하는 디비전 시스템이 어서 제 모양새를 갖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가까이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축구 #생활축구 #디비전리그

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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