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송라이터] ‘현실공감+생활밀착형’…민연재 작사가의 가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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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조금만 방향을 돌리면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 선 가수에게서 조금만 시선을 틀면 또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 작사가 혹은 작곡가, 즉 송라이터가 있다. 그리고 명곡의 탄생은 송라이터로부터 시작된다. 무대 뒤, 또 다른 무대에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그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가수에게 꼭 필요한 직업군 중 작곡가와 작사가를 꼽을 수 있다. 작곡가는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체형을, 작사가는 제목으로 이름을 정의, 가사로 곡의 성격을 입혀준다. 특히 그 성격은 장르에 따라 확실하게 드러난다.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가’, 하은의 ‘신용재’, 장혜진과 윤민수의 ‘술이 문제야’ 등 제목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는 현실 발라드를 작사, 오랫동안 대중가요 가사를 쓰고 있는 민연재 작사가를 만났다.

최근 김나영, 양다일의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를 비롯해 바이브 ‘이 번호로 전화해줘’, 송하예 ‘새 사랑’ 등을 작사, 대중과 만나고 있는 민연재 작사가에게 가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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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함=생활 밀착형 가사

민연재 작사가는 지난 2007년 더네임 ‘그녀를 찾아주세요’로 정식 작사가 데뷔, 약 500여 곡의 작사에 이름을 올렸다. 발라드부터 아이돌 그룹까지 다양한 장르의 가사를 쓰고 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곡 중 대부분은 발라드다. 차분한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발라드는 ‘가사가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민연재 작사가는 발라드 가사의 비결에 대해 ‘디테일함’을 꼽았다.

“상황의 디테일함, 한 줄에서 오는 강렬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사는 비슷한 감정을 구체화 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역할은 이미지와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사를 쓸 때 마냥 ‘이렇게 슬퍼 저렇게 슬퍼’가 아니라 슬퍼하는 장면을 그려주려고 해요. 그럼 가사를 보면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자연스럽게 슬픔이 전달되죠. 최근 발매된 ‘술이 문제야’,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할 수 있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이 한 줄 한 줄에서 오는 뭔가가 있는 가사라고 볼 수 있어요.”

민연재 작사가는 상황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가사에 대해 생활 밀착형 가사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영감을 떠올린다. 카페, 차 안에서, 화장실에서 등 일상에서 얻는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된다. 직접 겪은 사랑 경험담은 가사를 부르는 가수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그는 신용재 ‘가수가 된 이유’, 포맨의 ‘안녕 나야’ 등을 예로 들며 생활밀착형 가사 탄생 비화를 전했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가수가 된 이유’는 제 이야기예요. 용재랑 작업하는데 그 역시 가수이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와 곡이 잘 맞을 것 같아서 ‘가수가 된 이유’ 가사를 쓰게 됐죠. ‘안녕 나야’ 같은 경우는 앨범 명이 ‘실화’예요. 실화를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함께 작업한 분 중 ‘신천역 4번 출구’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이 있어서 그런 내용을 넣게 됐죠. 가사에 담을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추억이 담긴 장소에 가보기도 했어요. 가끔 ‘네 얘기야?’라고 묻는 분들이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죠.(웃음)”

민연재 작사가는 가요계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지만, 발라드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장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발라드 열풍 속 일정한 공식은 존재한다. 일반적인 발라드는 귀에 걸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멜로디에 묻어날 수 있는 표현의 단어들로 구성되지만, 최근에는 생활밀착형 가사, 강한 느낌을 주는 가사의 발라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민연재 작사가는 과거부터 발라드의 틀을 깨는 시도를 했고, 파격적인 발라드 가사를 탄생시켰다.

“가사 쓸 때 돋보이고 선을 넘는 걸 좋아해요.(웃음) 말 한마디를 해도 귀에 들어올 수 있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하죠. 포맨, 미가 부른 ‘그 남자 그 여자’가 선을 넘는 가사라고 할 수 있어요. ‘라면을 끓여도’, ‘그릇을 놓아도 꼭 두 개를 놓고’, ‘찬물을 마셔도 쓰린 내 속이 안 풀려’ 등의 가사가 나와요. 당시에 ‘라면은 좀 너무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회사에서 논란이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신용재가 라면이라는 가사를 부르니까 슬퍼 보였어요. 결국에는 라면으로 갔죠. 튀지 않는 표현도 좋지만, 저는 한마디를 해도 들어올 수 있는 가사를 선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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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의 입문 단계, 기회→다작→오래가는 음악

작사가로 데뷔하는 방법은 우선 첫 번째로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공식 데뷔 방법이 정해진 분야가 아닌 것. 그래서 현직 작사가들에게는 ‘기회’로 다가온 데뷔 루트가 존재한다. 민연재 작사가 역시 바이브 윤민수라는 기회를 만나 작사가로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우연히 얻은 기회로 오랫동안 작사가로 활동할 수 있던 것은 아니다. 과감한 선택과 노력, 그리고 음악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그를 나아가게 했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지만, 부모님 반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디자인학과를 나오고 게임 회사, 화장품 회사 등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어요. 그리고 홍대에서 음악을 취미로 했는데 회사 선임이 윤민수 형을 소개해줬어요. 친하게 지내다가 공연 게스트로 서게 되고 형이 곡을 쓰면서 가사를 쓰게 됐죠. 그런데 일과 작사를 다 하다 보니 퀄리티가 점점 떨어졌어요. 그러던 중 형이 회사와 가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죠. 안정적인 회사였고, 저작권료가 많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작사를 택했죠.”

누구나 작사가로 데뷔할 수 있지만, 꾸준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한국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가 수만 3만 명 이상이다. 곡을 쓰고 가사까지 쓰는 가수, 작곡가들이 늘면서 작사가의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두각을 드러내는 작사가는 다작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간다. 민연재 작사가는 다작과 사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가사를 끊임없이 써왔어요. 다작하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소진하기 때문에 아껴서 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작사가로서 열심히 오래 하고 싶어요. 그게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두려움은 있지만, 100년 가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공감 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거예요. 또 엔터는 사람과 사람으로 움직이니 인간관계도 중요해요. 저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꾸준하게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저는 녹음할 때 꼭 함께하는 편인데 현장에서 작업과 수정을 하고 자연스럽게 가수, 작곡가분들과 만나다 보니 다양한 기회를 접하게 됐죠.”

특히 민연재는 작사가 지망생들에게 필수 관문인 데뷔 과정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외국 작곡가들이 케이팝 시장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반드시 한글 가사가 필요하다”며 “외국 작곡가들 곡의 가사로 데뷔하는 것도 신인들을 위한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연재 역시 라라라 스튜디오를 설립, 작사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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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는 가사만 쓰는 직업? 영역을 넓히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사가들은 작사뿐 아니라 앨범 전반적인 부분에 참여, 콘셉트를 끌고 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뮤직비디오, 안무, 활동 방향성 등 앨범의 전체적인 틀이 잡히는 것. 민연재 역시 단순하게 가사만 쓰는 역할이 아닌 다양한 콘셉트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팀 VIP로 가수 벤의 ‘180도’ 앨범에 참여, 역량을 드러냈다.

“‘180’도 뮤직비디오는 영화 ‘500일의 썸머’가 레퍼런스였어요. 180도 변한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니까 그런 것들을 표현해달라고 요청했죠. 센스 있는 감독님 덕분에 소자본으로 좋은 뮤직비디오가 나왔어요.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앨범도 사진을 뒤집어서 180도를 표현했어요. 그런데 CD를 판매하는 곳에 가보면 의도와 달리 앨범이 거꾸로 되어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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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재 작사가, 특급 작사 팁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무조건 한 곡이라도 더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의뢰가 오면 한 곡에 가사를 두세 개씩 보냈어요. 가사에는 정답이 없어서 그 해답을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1번이 맞을 수 있고, 2번 혹은 3번이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한 번 결과물이 좋으면 그다음 작업으로 연결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의뢰가 오면 힘들어도 놓치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발라드 작사가로 이름을 알린 민연재. 그는 소유와 정기고의 ‘썸’을 히트시킨 바 있으며, YG엔터테인먼트 전속 작사가로 활동했다. 또한, 태민을 비롯한 미쓰에이(MISS A), 엑소(EXO), 샤이니(SHINee) 등 다양한 아이돌 그룹의 작사가로도 활약 중이다.

민연재 작사가는 발라드와 성향이 다른 아이돌 그룹 댄스곡 작사에 대해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태민의 ‘서스티(Thirsty)’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콘셉트적인 게 중요해요. 그래서 댄스곡을 쓸 때는 키워드를 많이 생각해요. 한 키워드로 여러 감정을 나눌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죠. 갈증의 의미를 담고 있는 ‘서스티’를 통해서 메마름, 사막, 비, 홍수, 땅이 갈라짐 등 많은 단어가 파생되는데 많은 것들이 연상되는 단어를 주제로 잡는 것도 좋아요.”

끝으로 민연재 작사가에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경험이 더 쌓이면 작사가 앨범을 내고 싶다. 기존에 냈던 것과는 다르지만 제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작사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 느껴졌다.

/byh_star@fnnews.com fn스타 백융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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