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최고 히트상품’ 강릉고[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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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1840433770.jpg2019년 고교야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팀은 강릉고다. 2관왕을 차지한 유신고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17일 강릉고와 유신고가 벌인 제 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목동야구장 주차장에는 새벽같이 강릉에서 출발한 10여대의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관중석에는 서울 인근 수원에 위치한 유신고보다 강릉고 응원단 수가 훨씬 많았다. 강릉고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강원 야구 돌풍’이라는 신바람을 일으켰다.

올 초만 해도 강릉고가 고교야구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강릉고는 청룡기에 이어 제 47회 봉황대기에도 결승에 진출했다. 지역 언론 ‘강원일보’는 이례적으로 사설에서 ‘강원인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며 칭찬했다.

강릉고 야구는 창단 44째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결승전 진출도 12년 만이었다. 하지만 강릉고 야구부가 조만간 큰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예감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3년 전 부임한 최재호 감독(59·사진) 때문이다.

최 감독은 고교야구 명장 가운데 한 명이다. 덕수고를 6차례나 정상으로 이끌었고 대통령배를 비롯해 이른바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7년간 덕수고를 이끌면서 이용규 최진행(이상 한화) 김문호 민병헌(이상 롯데) 김세현(KIA) 등 명선수들을 길러냈다.

최재호 감독은 여우와 독사 두 습성을 고루 지녔다. 경기는 여우같이 하면서 연습은 독사같이 시킨다. 최 감독과 경기를 치러 본 상대 감독들은 하나 같이 혀를 내두른다.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기발한 작전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다.

선수들은 힘들다. 강릉고의 연습 종료시각은 밤 10시 반. 서울의 고교 팀으로선 상상조차하기 힘든 ‘야간 훈련’이다. 감독이 기숙사 방 하나를 떡하니 차지하고 함께 숙식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한 눈 팔 겨를이 없다. 강릉고 돌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 감독 스스로도 ‘땀과 눈물’의 산물이라고 밝힌다.

최재호 감독은 "강릉 지역은 초·중학교 자원이 부족하다. 다른 지역의 우수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오려는 팀도 아니다. 연습 외에는 성적을 올릴 방법이 없다"며 묵묵히 고된 훈련을 따라 와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 두 차례 준우승 이후론 각지에서 선수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강릉고는 2019년 두 차례 창단 첫 우승 문턱까지 밟았다. 청룡기에선 4강에서 에이스 김진욱의 과부하로 우승을 놓쳤다. 봉황대기에선 결승전서 김진욱을 내고도 연장전 승부 끝에 패했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오히려 내년 전망을 더 밝게 보고 있다. ‘고교 최동원 상’을 수상한 김진욱을 비롯해 사이드암 이동훈, 좌완 최지민 등 마운드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3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이동훈은 이호준 NC 타격코치의 아들이다.

최정문 이동준 전민준으로 짜인 중심 타선도 탄탄하다. 최재호 감독은 "내년 3월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서 강릉고 돌풍을 재현하고 싶다"며 2020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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