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달러 사나이’ RYU.. FA 재수는 퍼펙트 게임[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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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1842215275.jpg뉴욕 브롱크스의 양키스타디움에는 ‘전설들의 방’이 있다. 홈 플레이트 뒤편에 위치한 이곳에선 음식을 먹으며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일종의 특실 개념이다. 값은 꽤 비싸다. 게릿 콜(29)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이곳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전설의 방’은 아무에게나 입단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애런 분 감독조차 기자회견실에서 입단식을 가질 정도였다. 양키스는 콜과 9년 3억2400만 달러(약 3790억 원)라는 입이 딱 벌어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역대 투수의 계약 가운데 최고액.

"우승을 위해서는 콜과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 그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앞으로 그와 함께 할 9년 동안에 벌어질 일들이 기대된다."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 뉴욕 양키스는 2009년 이후 10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120년 가까운 양키스 역사상 10년 이상 우승을 못한 것은 단 세 번뿐이었다. ‘악의 제국’ 양키스로선 감내하기 힘든 치욕이다. 양키스는 2020년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양키스는 ‘최고 투수’ 콜에게 눈독을 들였다. 8년의 장기 계약을 제안했다. 그보다 조금 못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워싱턴 내셔널스)가 7년 2억 45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콜의 몸값이 올라갔다. 후끈 몸이 단 LA 두 구단(다저스, 에인절스)이 8년 계약을 제안했다. 콜의 몸값이 더 올라갔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콜이 절실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콜을 ‘백경’에 비유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앗아간 흰 고래를 쫓는 에이 햅 선장의 이야기(허먼 멜빌· 백경)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양키스는 계약을 채근했다. 에이전트 보라스는 "하루만 더 기다려 달라"고 미루었다. 다음 날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이 발표됐다. 양키스는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보라스에게 9년 3억 2400만 달러라는 전대미문의 조건을 내밀었다. 마지막 제안이라는 단서를 달고서.

양키스는 2019년 103승을 거두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107승) LA 다저스(106승)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올렸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쳤다. 양키스는 시즌 162전승을 해도 월드시리즈를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는 구단이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게릿 콜을 ‘게임 체인저(game-changer)’라고 부른다. 양키스에 우승을 가져다 줄 능력의 소유자라는 의미다. 콜은 게임 체인저 역할만 한 게 아니다. 야구 판의 지각 변동을 가져 왔다. 지난 해 25명의 메이저리그 FA들의 계약 총액은 3억 1300만 달러였다. 게릿 콜 한 사람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2년 전 총액은 3억 4900만 달러. 콜보다 조금 많았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최근 4년간 정체기였다. 콜과 스트라스버그 두 젊은 대어가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류현진(32)이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929억 원)에 합의했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닷컴’은 이 같은 합의내용을 전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콜이 FA 시장의 지각을 강타하자 스트라스버그, 메디슨 범가너(5년 8500만 달러) 잭 휠러(5년 1억 1800만 달러)를 거쳐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대형 계약들이 팡팡 터져 나왔다. 지난 해였다면 이런 계약은 어려웠다. 류현진의 FA 재수는 성공드라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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