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마션(The Martian)’의 유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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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로빈스 크루소’를 읽으며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꿈 꿔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미지의 세계는 지구상의 무인도가 아닌 지구 밖 우주가 된 것 같습니다. ‘마션(The Martian)’은 ‘로빈스 크루소’와 유사하게 화성이라는 우주의 무인도에서의 생존과 도전을 그린 SF영화입니다.

영화는 NASA 아레스3탐사대가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부상을 입은 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를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화성에 두고 지구로 귀환하면서 시작합니다. 탐사대가 부상당한 팀원을 화성에 두고 오는 것과 관련해서 유기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유기죄는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가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유기죄는 유기되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 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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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자’는 노약자, 부상자, 분만중의 부녀 등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자기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극빈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의 보호의무의 발생 근거는 법률과 계약에만 한정되지, 사무관리, 관습, 조리 등의 사회상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간치상의 범행으로 실신한 피해자를 방치하고 떠났다고 하더라도 강간죄만 성립하지 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유기’란 타인의 도움없이 자기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자를 보호 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생명, 신체에 위험을 가져오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받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보호없는 상태로 옮기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수혈이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딸의 수혈을 막아 사망하게 한 경우나 식사도 안하고 며칠간 술만 마셔 만취한 손님을 주점에 방치하여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등은 유기치사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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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아레스3탐사대원들이 부상당한 마크 와트니를 화성에 두고 오는 것은 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마크 와트니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서 두고 왔기 때문에 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만약 부상당한 마크 와트니를 생존이 불가능한 화성에 의도적으로 두고 왔으면 유기죄나 유기치사죄가 아닌 살인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화성의 ‘로빈스 크루소’인 마크 와트니의 생존 의지와 지구 생환에 대한 노력은 눈물겹습니다.지구로 생환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며 노력하는 마크 와트니의 모습은 기다림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기다림은 설렘, 희망, 좌절, 절망, 포기 등과 같은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단어들 중의 하나입니다. 기다림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는 포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간절한 바람으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적극적인 능동태이지 막연한 수동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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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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