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 ‘미사고’ 성유리 “연기할 때 만큼은 일탈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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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대한민국 소년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원조 요정’ 성유리가 까칠하고 도도한 여배우로 돌아왔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감독 전윤수)는 가깝다는 이유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 고백의 순간을 담아낸 영화다. 극중 성유리는 까칠한 성격의 여배우 서정 역을 맡아 자신을 위해 10년 동안 동분서주하는 매니저 태영(김성균 분)과 함께 ‘사랑해’ 편을 그렸다.

성유리는 원조 걸그룹 핑클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2002년 ‘나쁜 여자들’부터 시작해 ‘천년지애’, ‘황태자의 첫사랑’, ‘눈의 여왕’, ‘쾌도 홍길동’, ‘로맨스 타운’, ‘신들의 만찬’, ‘출생의 비밀’ 등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또한 최근에는 영화 ‘차형사’와 ‘누나’ 등을 통해 스크린관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성유리는 일반적인 투톱 주연이 아닌 6명의 배우들과 함께 각각의 세 가지 이야기를 펼쳐 냈다. 특히 20살 순박한 대학생부터 살인범 역할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김성균과 함께 정통 멜로 감성을 만들어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미녀와 야수’ 커플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의외의 케미를 선보인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흥행 부담감이 적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까 부담이 많이 되네요. 서정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고 전체적인 시나리오 흐름도 좋아서 찍게 됐어요. 최근에는 따뜻한 영화가 없어서 여기에 동참한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동안 저는 무늬만 로맨스였지 제대로 된 사랑에 대한 작품을 한 적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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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가 극 중 맡은 역할은 여배우다. 여배우가 여배우 연기를 하는 것은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것과 같기도 하다. 성유리를 찍는 카메라와 성유리가 연기하는 서정을 찍는 카메라. 성유리는 촬영 현장에서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자신을 찍는 카메라들을 발견해야 했다. 더불어 서정이는 막장 요소가 담긴 드라마를 찍는 배우로서 이 영화에서 유쾌함을 책임지기도 했다.

“여배우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서정이는 톱스타가 아니거든요. 낡은 승합차를 타고 다니고 퀄리티 떨어지는 역할을 하죠.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연기하는 생활밀착형 여배우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는 프로페셔널하지만 평소에는 동생이 와서 돈을 뜯어 가는게 너무 자연스러운 사람이에요. 화려한 여배우였다가 주변에서 쉽게 봐왔던 사람이 되는 이런 대비가 좋았어요. 감독님도 이런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어 했고, 그래서 여배우일 때는 오버된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입지만 일상에서는 편안한 의상을 입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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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청순하고 선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성유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었던 까칠함과 코믹함을 과감하게 선보인다. 예쁜 척 하지 않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는 등 모든 것을 내려놓아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완성됐으며, 매니저 태영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고 나서 저를 변화시키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기존의 제 이미지를 깨기 위해 대본보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더 파격적으로 만들었죠. 촬영할 때는 서정이만 나오면 다들 재밌어하셔서 오히려 막장 드라마 신은 재밌게 찍었어요. 저도 즐기면서 코미디 한다 생각하고 찍었죠. 사실 코미디 장르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울리는 것은 감성을 건드리면 되는데, 웃음 코드는 사람마다 다르고 대놓고 웃기면 그것만큼 안 웃긴게 없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이런 방면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블랙코미디 영화를 찍어보고 싶기도 해요.”

현재의 서정이는 까칠하지만 처음 태영과 만났던 10년 전에는 기타 하나 메고 노래를 불렀던 순수했던 아이였다. 서정이가 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서정이처럼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는 성유리 또한 강한 척 하는 캐릭터에 대해 공감하며, 스타로서의 허무함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정이는 부모도 일찍 여위고 동생도 책임져야 해요. 배우가 되면 돈을 많이 벌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티비에는 꾸준히 나오지만 돈 벌면 동생이 사고 쳐서 갚아야 하고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죠. 늘 짜증나고 불만이 있는데 풀 수 있는 사람은 매니저뿐이거든요. 그런 부분이 공감이 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어요. 일부러 센 척 해야 하는 여린 아이에요.”

“서정이가 막장 드라마를 찍고 나서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별 것 아닌 냥 화장을 지우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언젠가는 저런 대사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 같은 경우도 시상식을 위해 한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는데, 시상식이 끝나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뭐지? 방금 전까지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이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는 누구지?’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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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의 연예계 생활 동안 성유리는 내려놓음에 대해 배웠다. 성유리가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예쁘지 않은 캐릭터라도, 대중들에게 극찬을 받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배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성유리로서는 조금 더 편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사람들 눈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 몸에 배온 습관이 있어서 알면서도 잘 안되더라고요. 평소엔 정말 특별한 게 없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만큼은 일탈을 해보고 싶어요. 진짜 재밌는 캐릭터, 특이하고 엉뚱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죠. 악역이나 살인자, 스릴러 연기도 재밌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저 스스로 즐기고 제 작품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요. 그래야 관객들도 받아들일 것 같거든요. 제가 맡은 캐릭터에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배우가 되고 싶고 제 작품을 봤을 때 물 흐르듯 흘렀으면 해요. 완전 잘한다는 소리를 못 들어도 ‘괜찮네’ 이 정도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극장가에 절찬리 상영 중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사진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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