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내야수 김혜성이 결국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짙어졌다. 한국인으로는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 최지만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월드시리즈 출전 한국인이 될 전망이다.
다저스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공식 소셜미디어에 토론토행 전용기 탑승 장면을 공개했다. 그곳에 김혜성이 있었다. 휴대전화로 얼굴 절반을 가린 채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그가 로스터에 포함됐다’는 무언의 신호로 읽혔다.
다저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엔트리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전용기 탑승 명단에 포함된다는 것은 사실상 ‘로스터 확정’의 의미에 가깝다. 김혜성은 다저스의 가을 로스터 한 자리를 지켜냈다.
김혜성의 올 시즌 여정은 그 자체로 ‘노력의 서사’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월 빅리그 부름을 받았다. 그 후 71경기 타율 0.280, 3홈런, 17타점, 13도루, OPS 0.699.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부상자가 속출한 다저스에서 ‘어디든 채워주는 선수’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빠른 발과 수비 센스는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었다. 정규시즌 막판 체력 저하로 타격감은 다소 주춤했지만, ‘대주자’로의 한 발이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길을 열었다. NLDS 4차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1회말, 그는 토미 현수 에드먼의 대주자로 나와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그 한 걸음이 팀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완성했다.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이름값만으로도 다저스는 슈퍼스타 군단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김혜성은 ‘틈새의 가치’를 증명했다.
스타들의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그가 보여준 건 ‘조용한 헌신’이었다. 김혜성은 화려하진 않아도 가장 필요할 때 움직이는 선수,
다저스 내부에선 “언제든 대체 가능한 전천후 카드”로 평가받는다.
이런 유형의 선수는 월드시리즈처럼 짧고 치열한 시리즈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박찬호가 마운드를 세웠고, 김병현이 우승 반지를 끼었으며, 류현진이 선발 에이스로 월드시리즈를 누볐다. 그리고 최지만은 탬파베이의 ‘포스트시즌 아이콘’이 됐다. 이제 김혜성이 ‘다섯 번째 이름’으로 기록될 차례다.
루키 시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그의 출전 여부를 떠나, 이 장면은 이미 한국 야구의 역사 속에 새겨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