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가 ‘8위의 그림자’ 속에서 FA 딜레마에 직면했다.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광주발 한숨이 들려온다.
2025시즌을 8위로 마친 KIA는 이제 전력의 틀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 그러나 시즌 종료와 동시에 또 하나의 위기가 찾아왔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무려 6명. 주전 유격수 박찬호, 타선의 상징 최형우, 프랜차이즈 에이스 양현종, 키움에서 1,3R를 주고 데려온 조상우, 좌완 셋업맨 이준영, 그리고 포수 한승택까지. 모두 내년 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선수들이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다. 잡아야 할 선수는 많은데 쓸 돈은 한정적이다. KIA가 시즌 막판까지 조상우 트레이드에 공을 들였던 이유도 ‘올해가 우승의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8위, 투자 대비 성과는 초라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KIA가 가장 난감한 이름은 박찬호다. 2024시즌 골든글러브, 3할에 근접한 타율 타율, 7년 연속 130경기 이상을 소화한 내구성, 20도루는 무난한 빠른 발까지 필수적인 자원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유격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박찬호는 ‘KIA 유격수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이 문제다. 시장에서는 박찬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작년 심우준 정도의 가격으로 박찬호를 잡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풀타임 유격수가 필요한 롯데같은 팀들이 박찬호를 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유격수 공백으로 5강 경쟁에서 밀렸고, KT는 심우준 이탈 이후 센터라인 붕괴에 시달렸다.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KIA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팀 전체 구조다. 외국인 선수 제임스 네일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고, 아담 올러와 패트릭 위즈덤 역시 재계약이 쉽지 않다.
김도영이 부상 복귀 후에도 유격수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이 없고, 김규성·박민·정현창은 아직 풀타임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박찬호가 빠질 경우, 유격수 자리는 그대로 공백이 된다. 이건 단순한 ‘한 포지션 이탈’이 아니라 수비와 주루, 팀 밸런스가 무너지는 구조적 타격이다.
심재학 단장의 고민은 깊다. KIA는 상징성 높은 양현종·최형우를 놓칠 수도 없고, 조상우와 이준영 같은 필수 불펜 전력도 외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박찬호를 놓치면 내야의 중심축이 무너진다.
올겨울 KIA는 ‘돈’보다 ‘우선순위’의 싸움을 해야 한다. 박찬호를 붙잡는다면, 다른 FA들의 계약 규모를 줄여야 한다. 반대로 박찬호를 놓친다면, 김도영 등의 포지션 전환 등을 고민해야한다. 혹은 박찬호가 주전유격수로 성장하기까지 겪었던 시행착오를 한번 더 각오 해야한다. 이를 곧 팀 전체의 개편을 의미한다.
KIA는 지금 ‘재정 현실’과 ‘전력 유지’의 기로에 서 있다. 박찬호를 잡지 못하면, 내년 시즌 초반부터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FA 6명을 한꺼번에 잡기엔 8위 팀의 재정과 성적이 너무 버겁다.
결국, KIA의 이번 겨울은 한 선수의 계약이 아니라 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