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피겨 프린스' 차준환(서울시청)이 기어이 일을 냈다. 한국 피겨 역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리며, 이제는 '참가'가 아닌 '메달'을 향한 마지막 질주를 시작했다.
차준환은 4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8.03점, 예술점수(PCS) 92.31점을 합쳐 180.34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97.50점)를 더한 최종 총점은 277.84점.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지난 1차 선발전 점수(255.72점)까지 합산한 최종 성적표는 533.56점으로, 차준환은 전체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밀라노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차준환의 이번 올림픽 진출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1988 캘거리 대회부터 1994 릴레함메르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전설' 정성일 이후, 무려 32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단순히 '출전'에 머물지 않는다. 차준환의 성장 곡선이 가리키는 곳이 바로 '올림픽 포디움(시상대)'이기 때문이다.
차준환의 올림픽 도전사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만 16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15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전성기에 접어든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당당히 5위에 오르며 세계 톱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밀라노 올림픽을 차준환의 '커리어 하이'가 될 적기로 보고 있다. 4회전 점프의 완성도가 무르익었고, 특유의 예술성과 표현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다. "15위에서 5위로 도약했던 그가, 이제 마지막 남은 한 계단인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것은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차준환과 함께 밀라노로 향할 또 한 장의 티켓 주인공은 '제2의 차준환'으로 불리는 김현겸(고려대)으로 결정됐다.
승부는 치열했다. 사실 이번 선발전에서 김현겸(1·2차 합계 467.25점, 전체 4위)보다 앞선 것은 '무서운 10대' 서민규(경신고, 532.15점)와 최하빈(한광고, 508.55점)이었다. 이들은 차준환을 위협할 만큼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전체 2,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여신'은 김현겸의 손을 들어줬다. 올림픽 출전 연령 제한(2025년 7월 1일 기준 만 17세 이상) 규정에 따라 2008년생 서민규와 2009년생 최하빈은 출전권이 없었기 때문. 이에 따라 차순위인 김현겸이 극적으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김현겸은 자신이 지난 9월 네벨혼 트로피에서 직접 따왔던 올림픽 쿼터를 스스로 사용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 피겨의 살아있는 역사 차준환, 그리고 행운의 주인공 김현겸. 두 남자가 오는 2월 이탈리아의 은반 위에서 펼칠 연기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차준환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지, 2026년의 겨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