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직관, 정용진의 도발… 야구 판 커진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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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이 형은 야구를 안 좋아하는데 내가 도발해서 야구장에 왔다."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놓고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저격했다.

신동빈 구단주가 지난 27일 LG 트윈스와 롯데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찾은 것을 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신동빈 구단주는 2015년 9월 11일 사직야구장 삼성전 이후 처음으로 야구 경기를 직관했다.

정용진 구단주는 프로야구 개막전부터 "롯데가 유통과 야구를 잘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를 따라해야 할 것이다"며 상대를 자극했다. 신세계그룹은 올초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새로 프로야구 판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신동빈 구단주가 정말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기자에게는 1995년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 대행을 처음 맡아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던 신동빈 회장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롯데는 선대 신격호 회장 시절인 1969년 도쿄 오리온스의 후원 기업으로 프로야구 운영에 뛰어들었다. 2년 후엔 아예 구단을 매입했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줄곧 미뤄온 롯데 오리온즈는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7년부터 8년 연속 퍼시픽리그 6개 팀 가운데 5~6위에 머물렀다. 5차례나 최하위인 6위에 그쳤다. 롯데 오리온즈에 대변혁이 일어난 것은 1995년이었다. 당시 40세이던 신동빈 회장이 처음으로 아버지 대신 구단주 대행을 맡았다.

이해 롯데 오리온즈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공격적 투자로 일본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본 프로야구 최초로 히로오카 다츠로를 GM(단장)에 임명한 것. 감독 출신 단장 히로오카는 메이저리그 GM과 맞먹는 강력한 파워를 행사했다.

히로오카 단장은 메이저리그 명장 바비 밸렌타인 감독과 정상급 타자였던 훌리오 프랑코를 속속 영입했다. 발렌타인 감독은 1985년부터 92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을 지냈다. 후랑코는 1991년 레인저스에서 타격왕을 차지했다.

일본 프로야구로 옮기기 직전인 199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타율 0.319, 20홈런, 98타점을 기록한 강타자였다. 후랑코는 2000년 KBO리그 삼성에서 1년간 선수로 활약했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지냈다.

롯데 오리온즈는 1995년 퍼시픽리그 2위에 올라 10년 만에 A급(3위 이내) 팀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듬해 히로오카 단장과 발렌타인 감독의 불화로 다시 B급 팀으로 내려앉았다. 발렌타인 감독과 후랑코 두 명 모두 팀을 떠났다.

발렌타인 감독은 2004년 두번째 팀을 맡아 이듬해 롯데를 일본 프로야구 정상에 올려놓았다. 발렌타인 감독과 신동빈 구단주의 인연은 친구인 제리 로이스터를 한국 롯데 감독으로 영입하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

새삼 일본 롯데의 지난 과거를 들춘 이유는 1995년의 과감한 투자가 한국 롯데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정용진 구단주의 자극은 다분히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판을 키우자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잠자는 거인 롯데의 코털을 건드려 두 유통 공룡이 야구판에서 박터지게 싸웠으면 한다. 판이 커질수록 좋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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