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광해, 왕이된 남자’의 직권남용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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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은 선조의 둘째 아들임에도 임진왜란 동안 많은 공을 세워 조선의 15대 왕이 되었습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이후 부국강병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나 인조반정으로 폐위되면서 묘호(廟號)조차 갖지 못한 군주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붕당의 소용돌이 속의 광해군이 인목대비 폐모, 실리외교 등으로 정적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거라는 점에 착안하고 있습니다. 광해군의 대역인 하선(이병헌 분)이 조선 왕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직권남용죄가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로서 공무원이 아니면 직권을 남용하더라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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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법령에 근거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이에 준하는 공법인의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기계적·육체적 노무에 종사하는 고용직 공무원은 직권남용죄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자신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됩니다. 즉, 강제 집행을 하는 집행관이 채무자를 체포하거나 세무공무원이 세금미납자를 감금하는 것은 집행관, 세무공무원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아닙니다.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말은 법령상 의무 없는 사람에게 이를 강요하거나 의무가 있더라도 의무의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과중한 납세의무를 부과하거나 의무이행시기 단축, 불필요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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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행사방해는 법령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권리행사방해는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부당한 영업정지, 인·허가권자의 부당한 인·허가 거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국세청장이 과장에게 특정 기업에 대한 추징세액을 더 낮추라고 지시한 경우, 검찰의 고위 간부가 내사 담당 검사에게 내사를 중단하고 종결 처리하게 하는 경우, 장관이 은행장에게 대출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기업에 대하여 대출하도록 하는 경우 등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합니다.

광해군의 대역인 하선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하선이 공무원이어야 합니다. 조선의 왕은 현재의 대통령 정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왕은 공무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왕의 대역인 하선은 공무원으로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광해군의 대역인 하선을 공무원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하선의 권한 행사는 대동법 시행, 실리외교 등 백성과 나라를 위한 진정한 왕의 권한 행사로서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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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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