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강인이 드디어 그 자리에 올랐다. 1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5 AFC 어워즈에서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이강인이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밖 무대에서 뛰는 선수 중 한 해 가장 빛난 이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손흥민과 김민재에 이어 이제 이강인의 이름으로 새겨졌다. 한국 축구가 6번째로 이 부문 트로피를 가져온 날이었다.
2024-2025시즌 이강인의 활약은 통계 이상의 설득력을 지녔다. PSG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9경기에 나서 7골을 기록했다. 프랑스 리그1, 프랑스컵,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IFA 클럽 월드컵 준우승—유럽 정상 무대에서 ‘트로피의 중심’에 있었다. 리그 30경기 6골이라는 공격 포인트도 인상적이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은 경기의 리듬을 설계하는 그의 ‘존재감’이었다. PSG의 미드필드에서 ‘게임메이커’라는 고유 영역을 확보한 아시아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강인은 그 희소한 위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압박과 속도 속에서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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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 경쟁은 흥미로웠다.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활약한 ‘절친’ 구보 다케후사, 그리고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한 이란의 메디 타레미가 마지막 후보로 남았다. 통계만 보면 구보가 52경기 7골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AFC는 결국 “우승이 곧 실력”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PSG의 트로피 더미 속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빛난 이강인’의 존재가 표심을 끌어당겼다.
브라질전 참패 뒤 파라과이전에서 다시 빛난 그의 플레이처럼, 이강인은 언제나 반전의 리듬을 타는 선수다. 손흥민이 열어젖힌 ‘아시아의 문’을 김민재가 지키고, 이강인이 그 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손흥민이 스코어보드 위의 스타였다면, 이강인은 경기장 전체의 온도를 바꾸는 ‘지휘자’다.
그의 축구는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논리적이다. 감정과 계산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미드필더—AFC가 이강인을 ‘올해의 국제선수’로 택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수상은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PSG에서 주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유럽 무대에서의 입지는 이제 막 굳어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강인이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미 손흥민과 김민재의 뒤를 잇는, 한국 축구의 세 번째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