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승 2패에서 뒤집은 사례는 있어... 0승 3패되면 확률은 0%
선발 강한 한화, 폰세의 역할이 가장 중요
24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 초 한화 선발투수 폰세가 공을 던지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전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 공기는 무겁고 침묵은 길었다. 2패. 한국시리즈(KS)에서 연패를 당한 한화 이글스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때, 팀의 분위기를 깨트린 건 단 한마디였다. “Smile.” 코디 폰세의 짧은 외침이었다.
그의 웃음에는 근거 없는 낙관이 담겨 있지 않았다. 시즌 내내 보여준 압도적 퍼포먼스, 그리고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29일 대전에서 열리는 KS 3차전, 폰세가 다시 마운드에 선다. 이 경기는 한화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다.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 폰세는 2025년 KBO리그를 지배했다. 다승, 승률,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1위. ‘폰세의 해’라 불릴 만했다. 하지만 단 하나, LG 트윈스만큼은 완벽히 정복하지 못했다.
2경기 평균자책점 3.46. LG는 그를 상대로 시즌 유일한 ‘무승 팀’이었다.
그렇다고 LG가 폰세를 편하게 맞는 것도 아니다. 피안타율은 0.213. LG 타선의 중심인 문성주, 문보경, 신민재 모두 그 앞에서 철저히 봉쇄됐다. 염경엽 LG 감독도 “폰세를 피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한화 팬들이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면, 시리즈의 균형은 단숨에 뒤집힌다.
KS 1, 2차전에서 한화는 국내 에이스 두 명이 연이어 흔들렸다. 문동주는 4⅓이닝 4실점, 류현진은 3이닝 7실점. ‘에이스 붕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단호하다. 폰세와 와이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와이스는 PO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5차전에서 4이닝 1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기며 한화를 KS로 올렸다. 시즌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 그는 30일 4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과 코디 폰세.연합뉴스
그러나 모든 것은 오늘, 폰세가 던져야 한다. 와이스의 기회는 폰세가 만들어줘야 한다.
폰세는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에서 단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무대의 크기’에 흔들릴 성격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김경문 감독과 포옹하던 순간처럼, 그가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면 대전의 공기는 달라질 것이다.
만약 오늘 폰세가 무너진다면, 한화의 2026 시즌은 사실상 끝난다. 하지만 그가 버틴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미 2003년 당시 삼성은 두산에게 홈 1~2차전을 내주고도 시리즈를 뒤집어 엎은 사례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0승 3패로 가면 아직까지 한국의 야구역사에서 뒤집을 확률은 확률은 0이다. 폰세에게 모든 것을 거는 이유도 그것이다.
오늘, 폰세가 던지는 공은 단순한 직구가 아니다.
그것은 한화의 자존심이고, 팬들의 희망이며, ‘수사불패’라는 신념이다. 29일 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한화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폰세의 손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