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월드시리즈 3승 신화
1984년 최동원 생각나게 하는 철완의 역투
12년 4620억 일시불로 결제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일(한국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7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또다시 야구의 정점에 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3억 2천500만 달러의 사나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었다.
2025년 11월 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 월드시리즈 7차전,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다저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5-4로 꺾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다저스는 1998~2000년 3연패를 달성했던 뉴욕 양키스 이후 무려 25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다저스의 우승은 단순한 팀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건 한 선수의 ‘계약서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지난해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다저스로 건너온 야마모토 요시노부, 그리고 그에게 다저스가 안긴 3억 2천500만 달러(한화 약 462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야마모토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6차전에서 선발로 6이닝 1실점 96구를 던진 그는, 단 하루 휴식 후 7차전에 구원으로 등판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보 비셋이 1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최종 7차전 LA 다저스와 경기 3회 말 오타니 쇼헤이로부터 3점 홈런을 치고 있다.뉴시스
그리고 9회부터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다저스의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만 무려 3승을 거두며 1991년 잭 모리스 이후 가장 강렬한 월드시리즈 투수로 기록됐다.
6차전 선발이 7차전에 구원으로 등판해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장면. 한국 야구에서라면 1984년 최동원이 떠오를 장면이었다. 야마모토는 그 기적을, 그것도 MLB 무대에서 재현해냈다.
야마모토의 계약이 발표됐을 때, 미국 현지 언론은 “너무 비싸다”, “리스크가 크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그의 첫 시즌,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시리즈 MVP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돈값을 했다’는 표현조차 부족했다.
그는 자신의 몸값을 단 한 해 만에 일시불로 결제했다.
로버츠 감독과 포옹하는 야마모토.연합뉴스
이제 야마모토가 향후 부진하더라도, 다저스는 이미 그 대가를 치렀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영원히 남고, 야마모토의 이름은 LA의 역사 속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토론토는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기회를 놓쳤고, 다저스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9회 로하스의 극적인 동점 홈런, 그리고 11회 스미스의 결승 홈런이 이어졌다.그리고 그 사이, 마운드에는 야마모토가 있었다. 누구도 믿지 않았던 투수. 그러나 감독 데이브 로버츠는 믿었다.
그 믿음이 ‘왕조의 DNA’로 완성됐다. 야마모토는 이제 다저스의 역사, 아니 MLB 월드시리즈의 역사로 남았다.
그가 남긴 기록은 숫자 그 이상이다. 그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3억 달러의 사나이, 그는 오늘, 야구의 신화를 현실로 만들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