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김병현 이후 첫 우승반지
수천억 스타 즐비한 다저스 선택한 결단 틀리지 않아
0.280, PS 전 시리즈 로스터 포함 충분한 수확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김혜성(26)이 메이저리그 첫해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시즌 내내 주전 경쟁이 치열한 ‘슈퍼스타 군단’에서 살아남았고, 포스트시즌 모든 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끝내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비록 출전 기회는 적었지만, 그 자체로 김혜성의 도전은 성공이었다.
김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0억 원)에 계약했다. 다만 평가는 반반으로 엇갈렸다.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초호화 전력으로 가득한 팀에서, KBO 출신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설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혜성은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했다. 하지만 뜻밖의 기회를 맞이했다. 5월 당시 토미 에드먼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콜업됐고, 김혜성은 메이저리그를 맹폭하며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붙잡았다.
김혜성이 7차전에 앞서 연습을 하고 있다.
그때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 김혜성은 최종 기록은 71경기에서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13도루. 비록, 그리 빼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빅리그 1년차에 플래툰 시스템이 가동된 기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기록이 아니다.
주전 경쟁 속에서도 2루수, 유격수, 심지어 외야까지 묵묵히 소화하며 로버츠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 그리고 경기 흐름을 읽는 감각은 팀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김혜성의 이름은 다시 한 번 언론의 화제가 됐다. 신시내티, 필라델피아, 밀워키, 그리고 토론토로 이어진 모든 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 출전 기회는 단 두 번 뿐이었지만, 그 두 번은 모두 팀 승리에 직결됐다.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는 연장 11회 대주자로 나서 결승 득점을 올렸고,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는 연장 11회말 대수비로 투입돼 마지막 수비를 지켰다. 특히 연장 11회말 1이닝은 김혜성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만한 이닝이었다.
결국 다저스는 2년 연속 정상에 섰고, 김혜성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김병현 이후 21년 만에 우승 반지를 낀 선수가 됐다.
다저스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김혜성은 이 ‘이기는 팀’의 시스템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이 가장 값진 자산이다. 단순히 통계나 출전 수가 아니라, 승리 문화 속에서 선수로서 성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출전하는 LA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 김혜성.뉴시스
김혜성(가운데)이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최종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 2회 초 2점 홈런(시즌 3호)을 친 후 홈에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다저스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김혜성은 ‘어디에 내놔도 쓸 수 있는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로버츠 감독이 시즌 끝까지 그를 로스터에 남긴 이유다.
김혜성의 다저스행은 ‘위험한 도전’이 아니라 ‘성공적인 모험’이었다. 첫 시즌에 타율 0.280, 멀티 포지션 소화, 포스트시즌 전 단계 엔트리, 그리고 우승 반지까지. 이 모든 것이 한 해 안에 일어났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끝난 시즌. 그것은 김혜성이 이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한 해였다.
다저스의 선택도, 김혜성의 결단도 틀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살아남았고, 2026년에는 진짜 ‘자기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