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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배우 한상진, ‘외모 콤플렉스’ 딛고 초심 유지한 사연

입력 2018.08.01 11:57수정 2018.08.01 11:57
[fn★인터뷰] 24년차 배우 한상진, ‘외모 콤플렉스’ 딛고 초심 유지한 사연


배우 한상진이 안정적인 배우의 노선을 탈피하고 새롭게 도약했다. 연기 외길 인생을 선택한 만큼 멈추지 않는 도전을 밝혔다.

한상진은 1995년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브라운관 속 주조연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빛냈다. 현재 그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을 정도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1999년 '카이스트'부터 '황금사과' '하얀거탑' '이산' '솔약국집 아들들'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까지 아우르며 무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절대악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인형의 집'에서 한상진은 뒤틀린 근성과 이중적인 남자 장명환으로 분해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맞이한 것. 그는 이번 작품을 아주 만족스럽게 마쳤다고 밝혔다.

"촬영하는 도중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드라마 시작하며 미투 운동도 있었고, 남북평화, 월드컵 등이 있었지만 시청률로 봤을 때 선방했다. 일일극이지만 화제성이 참 높았다. 또 확실히 팀워크가 굉장히 좋았다. 배우부터 스태프들까지 '처음 만난 것이 맞냐'고 할 정도로 잘 맞았다. 먼저 최명길 선배님에게 감사하다. 후배들에게 편하게 대해주셔서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해주셨다. 왕빛나 역시 현장에서 '부처'라고 불렀다. 늦게 끝나고 아침 일찍 끝나는데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더라. 그래서 왕빛나 대명사는 '괜찮아요'였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일일연속극. 한상진 역시 일일극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고 연기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미니시리즈 등으로 충분히 입지를 다진 그가 다시 '인형의 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배우들이 신인 때 연속극을 한다. 시청률과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리를 잡으면 연속극을 안 하게 된다. 나 역시 미니시리즈를 했다. 하지만 어머님이 제가 나온 드라마를 안 본지 너무 오래됐다고 하시더라. 또 아들이 매일 매일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일일드라마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더불어 장명환의 독보적인 매력이 한상진을 사로잡았다.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보기드물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악으로 가득찬 장명환. 한상진은 대본을 보자마자 직접 해보겠다고 나설 정도로 캐릭터에 매료됐다.

"악역을 이렇게 길게 해본 적이 없다. 7개월 내내 나는 나쁜 사람이었다. 매회 뭘 집어던지고 큰 싸움을 만들어낸다. 긴 시간동안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몰랐는데 제 안에 악이 있더라. 나중에는 더 던져야 하지 않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던지는데 희열감이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못 빠져나온 적이 있다. 왕빛나가 '오빠 너무 무서워' 하더라."

[fn★인터뷰] 24년차 배우 한상진, ‘외모 콤플렉스’ 딛고 초심 유지한 사연

그런가 하면 한상진에게는 나름의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다. 바로 순하게 생긴 얼굴. '인형의 집'을 시작하기 전 한상진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평소 얼굴이 선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오히려 그 점이 싫다고 밝혔다. 한상진은 '고생 안 해보인다'는 말에서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 이번 작품에 매진했다.

"이번에 사실 악역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동안 이미지가 있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악역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나로써는 굉장히 하고 싶었다. 작품을 하며 나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이빨을 갈았다. 옆 모습을 봤을 때 이빨이 비워보이길 바랐다."

한상진은 배우들이 더 잘생겨보이기 위해 시술을 하는 것이 오히려 못마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더 못생겨지는 것을 자처하며 극의 몰입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배우들은 왜 캐릭터 때문에 못생겨지는 것을 왜 못할까. 모두가 다 멋있을 필요가 없다. 이빨도 갈아보고, 표정을 찡그려보이도 했다. 주위에서 일일극을 하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해' 라는 말이 제일 화가 났다. 배우는 역에 최선을 다 해야한다. 방송 시간에 따라서 준비를 덜 해야하는 건 정말 나쁘다. 그것은 돈 받고 하는 프로 배우가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한상진이라는 사람이 보이면 안되는 것이다."

한상진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기타 배우들과 전혀 달랐다. 악역에게 잇따르는 악플, 비난 등이 오히려 그에게는 자양분이 됐다. '드라마 속 한상진이 나오는 게 싫다'는 말을 보며 한상진은 희열감을 맛봤다.

"드라마 댓글 중 '꼴보기 싫다'는 말이 좋았다. 오히려 집중하다보니까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더 생겼다. 이런 재미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제 캐릭터의 성장과정을 봐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사실은 저도 반신반의했다. '이 변화가 과연 잘 될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든 나는 삭발도 할 수 있고, 이빨을 뽑을수도 있다. 배우가 더 망가져야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이번 '인형의 집'은 한상진에게 유난히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이후 50번째 작품이기 때문. 규모의 크기, 배역과 상관 없이 대중 앞에 선 횟수가 어느덧 50번째였기 때문에 한상진에게는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겉으로는 '끝까지 연기를 포기 안 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매일 힘들었다. 한 작품도 못할 거 같고 열 작품도 못할 것 같았다. 지금의 제 자신에게 대견한 게 아니라 저를 지켜봐주고 저를 좋아해주는 시청자, 관객에게 고마웠다. 한상진을 잊지 않고 찾아주셨다."

한편 한상진은 지난해 10년 간 몸을 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한상진은 "더 늦어지면 책임질 것이 많아진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을 찾기보다 한 번의 변화와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 스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배우로서 새로운 폭을 넓혀야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양한 캐릭터에 쓰임을 받고 싶다. 저는 꽃미남도, 몸짱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착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했었다. 연기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강렬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선택 받는 입장이기에 거의 비슷한 역이 들어온다. 변화의 시작이 '인형의 집'이다. 새롭게 변화하려고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변화가 자유로운 배우가 됐으면 한다는 한상진. 그는 신인배우의 초심 같은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었다. 평범한 이미지와 안정적인 소속사를 떠날 만큼의 각오는 오히려 신인배우보다 뜨거웠다. 한상진은 본인에 대해 '색을 입힐 수 있는 배우'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격렬했던 악역을 마무리한 후여서 일까. 그는 한층 더 쾌활하면서도 홀가분해보였다. 누구보다 바른 자세로 현장과 연기에 임하는 한상진은 이제 50번째 작품을 끝내며 다시 인생의 출발선상에 섰다. 그의 굴곡 많은 연기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