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 특집 방송을 통해 ‘복고 열풍’이 다시 한 번 불어 닥칠 전망이다. 90년대 스타들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추억팔이’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최근 몇 년간 방송계 인기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복고’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가 불을 지피더니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에서 방점을 찍었다.
‘복고’를 내세운 방송들은 현대인들의 잊고 지내던 과거 향수를 자극해 큰 인기를 얻었다. 한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이 줄줄이 브라운관으로 복귀하는가 하면 20년이 다 돼가는 90년대 노래들을 거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또 이 시대 노래들로만 이뤄진 클럽이 여기저기서 생기는 등 그야말로 ‘복고 열풍’이다.
이번 추석연휴,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복고 열풍’을 노린 라인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90년대 인기 음악프로그램이었던 ‘인기가요 베스트 50’을 20년 만에 재현하겠다는 MBC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 50 95~96’(이하 어게인)이 대표적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90년대 이후로 거의 볼 수 없었던 그룹 R.ef, 영턱스클럽, 주주클럽, 육각수 등이 출연해 오랜만에 완전체로 무대를 꾸몄다.
SBS는 ‘심폐소생송’을 내세워 추억의 노래들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가수들의 숨겨진 명곡들을 찾아 함께 감상하고 추리하는 콘셉트의 이 방송은 2000년대 이전 곡들을 대부분 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수 옥주현, 린, 정인, 이영현 등은 심폐소생사로 나서 원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복고 열풍’에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복고 콘텐츠는 여러 예능 및 음악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소비돼 온 콘텐츠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똑같은 주제의 방송들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신선한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는데 높은 시청률은 확보하려고 일명 ‘추억팔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이번 추석 특집 방송들도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한 ‘어게인’은 제목과 출연자만 바뀌었을 뿐, ‘토토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90년대 활동 가수들의 완전체 무대를 20년 만에 보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반갑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선 이들의 퍼포먼스는 예전만 못했고 열악한 음향과 무대연출 그리고 조용했던 방청객 호응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오후 방송 예정인 ‘심폐소생송’도 원곡을 재해석한 무대를 꾸미는 방식이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MBC ‘나는 가수다’와 KBS2 ‘불후의 명곡’을 통해 가수들이 수많은 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냈었다. 심폐소생사로 나오는 가수들 또한 이 프로그램들에 출연했던 바 있다.
단점들이 뚜렷함에도 ‘복고’는 여전히 큰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데 추억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하지만 과거에 너무 심취해 그때로 되돌아가려고만 하는 것도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다. 대중들의 향수에만 의지해 비슷한 방송들이 계속된다면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과연 방송가에 부는 ‘복고 열풍’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