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어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영화 ‘사도’는 영조(송강호 분)와 사도세자(유아인 분)의 갈등을 정치적 관점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입니다.
학문에 매진하는 영조와 학문을 등한시하며 영조의 눈 밖에 나 제 멋대로 행동하는 사도세자의 갈등은 급기야 아들 사도세자가 칼을 들고 아버지 영조의 숙소까지 찾아가는 일까지 발생하게 합니다. 사도세자의 반대세력이 이러한 사도세자의 영조에 대한 반감어린 행동들을 과장해서 영조에게 고하여, 사도세자가 뒤주 안에 갇혀 사망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할까요?
형법상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무고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것은 국가의 심판기능의 적절한 행사와 무고당한 사람의 법적 안정성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무고한 경우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자신과 타인이 공범관계에 있다고 허위 신고하는 경우는 타인의 범행부분에 대해서는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자기를 무고하도록 교사한 경우는 무고죄의 교사범이 성립합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한 경우여야 합니다. 허위 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로서, 그 신고된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이 형사처분 등을 받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객관적으로 진실이면, 정황이 다소 과장된 경우 혹은 죄명을 잘못 적거나 범죄주체를 잘못 적은 경우라도 허위 신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허위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고소기간 경과나 공소시효 완성이 분명한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신고한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과거의 역사이고 궁중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사도세자의 반대세력이 사도세자에 대해서 영조에게 고한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한다면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다소 과장된 정도라고 하면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것은 정치적인 문제이든 단순한 부자간의 갈등이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학문을 강조하는 영조에게 지식은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경계를 더 높이 쌓는 수단을 제공하지만, 사도세자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제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지식과 경험을 쌓는 목적은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계를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 갈등을 해결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편처럼 흩어진 수많은 지식과 경험 자체에 갇힌 죽은 지식과 경험은 자신의 경계를 더 높게 쌓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경계를 방어하기 위한 날카로운 칼날이 됩니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자신의 경계를 넓히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며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수단이지 사고를 구속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화 ‘사도’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주제를 기발한 구성으로 참신하게 만들어 현재에도 진행중인 부자간의 갈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지만,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처럼 상업성과 예술성이 갈등하고 있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