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장편 데뷔작 '봄'으로 한국 배우 최초 제 14회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 이유영은 이후 '간신'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유영은 여동생을 잃은 한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 추적극 '그놈이다'(감독 윤준형)를 통해 다시 한 번 변신에 나섰다. 그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또 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최근 '그놈이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유영은 스크린 속 미스터리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 작품마다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여온 그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매 작품마다 경험이 얼마 없다 보니까 제 모습을 보기가 어색했는데, '그놈이다'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 해서 그런지 영화도 잘 봤고 민망하기는커녕 너무 무서웠어요. 게다가 색다른 소재들이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게 유지되고 감동까지 있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놈이다' 지난 1999년 부산 청사포 해변마을에서 한 여대생의 죽음을 기리는 천도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프로 한다. 천도재, 넋건지기굿 등의 민간 신앙을 비롯해 죽음을 예지하는 소녀 캐릭터의 등장은 작품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킨다.
"시은이는 외모도 평범하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 여자에요. 어쩔 수 없이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고, 이상한 아이라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죠. 하지만 저 스스로 시은이를 이상한 아이라고 접근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장우(주원 분)나 민약국(유해진 분), 은지(류혜영 분)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면, 시은이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힘들었어요. 귀신을 본다는 설정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더 중요한 건 관객들이 시은이를 안쓰럽게 봐줬으면 하는 거였죠."
이유영이 충무로에서 활동한 지는 이제 1년 정도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본인의 존재감을 각인시켜나가고 있었다.
"이제 데뷔한 지 1년 됐어요.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부족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을 배우로서의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이제 막 꿈을 펼쳐나가고 있는 이유영에게 배우로서 목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매번 다른 캐릭터를 할 수 없기에 언젠가 한계는 분명히 찾아오겠지만, 그런 때가 와도 무너지지 않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든 걸 잘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제가 행복해서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고 싶어요. 이유영이라는 배우가 이제 막 시작했기에 관객들에게 보여준 모습보다 그렇지 못한 모습들이 훨씬 많으니 앞으로도 기대해주고 예쁘게 지켜봐주고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잔잔한 호숫가에 던져진 하나의 돌멩이가 점점 큰 동심원을 그리듯, 이유영이 충무로에 그리는 동심원 또한 적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 '그놈이다'는 오는 28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