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 등을 통해 액션과 코미디를 유려하게 결합시키기로 정평이 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액션, 코미디, 뮤지컬, 로맨스 이 모든 장르를 한데 모으기 위해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로 다시 실험에 나섰고 그 결과는 완벽했다.
화려한 선율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관, 자석이라도 단 듯 비트에 맞춰 이끌리는 인물들의 행동, 온 세상을 악보 위 음표로 만들어버리는 ‘베이비 드라이버’는 ‘라라랜드’와 ‘분노의 질주’의 그 가운데라는 평이 정확하다. 두 영화가 낳은 혼종에 가깝다. 자칫, 어중간하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두 영화가 지닌 매력과 장점만을 가져와 세련되고 말끔한 액션 영화를 탄생시켰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오프닝부터 관객들을 홀리겠다는 생각으로 작정한 듯 하다. 강도 일행들이 은행을 털러 간 사이, 운전석에 앉아있던 베이비(안셀 엘고트 분)는 자신의 아이팟을 급하게 재생시키더니 그들의 몸짓에 맞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온갖 곳을 두드리며 박자를 타던 베이비는 일행들이 복귀한 동시에 빠르게 자동차를 전진시킨다. 빽빽한 도로를 과감하게 돌파해내는 베이비의 질주,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일당들의 표정, 이 모든 것이 음악의 리듬과 비트 위에서 구현되며 짜릿함을 선사한다.
화려한 카체이싱에서는 물론, 일상에서도 음악의 캐릭터화는 계속됐다. 애틀란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 문을 여는 소리, 가벼운 발걸음 소리, 와이퍼 소리, 자동차 클락션 등 이 모든 요소들은 완벽한 타이밍에 이루어져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며, 영화의 리드미컬함을 십분 살린다. 이러한 흐름과 구성이 극 내내 진행되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피로감을 느끼는 일은 없다.
존 스펜서 블루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 퀸의 ‘Bright Rock’, 포커스의 ‘Hocus Pocus’ 등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말처럼 30곡의 플레이리스트로 지정된 음악들은 상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에서는 빠른 템포의 곡들이 흘러나오며 베이비와 그녀의 운명 같은 사랑, 데보라(릴리 제임스 분)과의 로맨스에서는 부드러운 테마의 선율을 얹어놔 음악과 스토리의 맥락을 잇는다. 혹은 무섭고 위협적인 장면에서는 맥락과 완벽히 대비되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노래를 삽입해 부조화 속 조화의 미덕을 살렸다.
액션 역시 장관이다. 경찰과의 휘황찬란한 추격전, 총격씬 등은 자유자재의 카메라 움직임에 힘입어 강력한 서스펜스를 뽐내는 데에 성공한다. 이러한 가운데 미장센과 다채로운 색감도 놓치지 않았다. 강렬한 빨간 빛을 띤 스바루 WRX를 타고 시원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가 하면, 파란색의 차를 몰고 골목골목을 휘저으며 애틀란타 시내의 색감을 보다 더 강조했다.
베이비를 연기한 안셀 엘고트는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로 서사에 제대로 힘을 가한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명 설정을 완벽히 녹여내면서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 모습을 어색함 없이 표현해낸다. 소년 같은 외모에 천재적인 운전 실력, 선글라스를 낀 시니컬한 모습, 사랑에 빠진 다정한 남자의 모습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소화력을 선보였다.
주인공인 베이비뿐만 아니라 베이비의 여자친구를 맡은 릴리 제임스와 함께 악행을 저지르는 케빈 스페이시, 제이미 폭스, 에이사 곤살레스, 이 모든 캐릭터들에게도 개연성이 부여되어 고루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베이비 드라이브’ 속 에드카 라이트 감독은 완벽했고 치밀했다. 113분이라는 시간 동안 조금의 빈틈도 주지 않으며 쉴 틈 없이 귓가에 비트를 때려 박고, 역동적인 미장센으로 시각을 차지한다. 그야말로 감각적인 예술이 오감을 지배해 황홀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9월 14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