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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극장 불이 켜져도 미동 않는 관객들

입력 2018.01.05 15:27수정 2018.01.05 15:27

[fn★무비텔]‘1987’, 극장 불이 켜져도 미동 않는 관객들

러닝타임 내내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영화 '1987'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장준환 감독은 물론 배우들까지, 기자회견과 인터뷰장에서 끝내 눈물을 보여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보는 이들에게도, 만든 이들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영화임에 틀림없다.

개봉 4일째 100만, 6일째 200만, 9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한 '1987'은 1987년 6.10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킨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다.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을 섬세한 터치로 담아냈다.

시대의 참상을 2시간 안에 집약시켜야 하는 거대한 미션을 갖고 있지만, 극 전개는 부족하거나 늘어짐이 없다. 중요한 사건을 꼼꼼하게 짚으면서도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 장준환 감독의 신념이 엿보인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등 역할에 몰입한 배우들이 만들어낸 벅찬 감동 뒤에는 실제 주인공들의 생전 사진이 등장해 강렬한 여운을 이어간다. 불이 켜진 극장에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관객들이 아무도 관을 나서지 않는 모습은 '1987'을 통해 처음 목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곡도 화제를 낳고 있다. ‘그날이 오면’은 당시 대표적인 민중가요다. '1987' 엔딩크레딧에 사용된 버전은 연세대학교 86학번을 중심으로 17학번까지 세대를 아울러 구성된 이한열 합창단이 직접 녹음에 참여한 곡이다.

이한열 합창단은 '1987'에 힘을 보태기 위해 150여명 이상이 자원해 직접 녹음에 참여했다는 후문. 6월 민주화 운동 때 최전선에서 참여한 이들이 마음을 담아 노래해 감동을 배가시킨다.

“1987년을 사셨던 분들을 통해 또 다른 용기와 희망을 얻어가시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꺼내서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거울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장준환 감독의 당부처럼 영화는 오랜 시간 관객들의 마음에 깊숙히 자리잡을 듯하다.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