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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대외비’의 정보 사진 촬영

입력 2023.03.10 13:36수정 2023.03.10 13:36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대외비’의 정보 사진 촬영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는 돈과 권력을 쫓아 위험과 불법을 거래하는 세 남자를 중심으로 추악한 욕망과 배신을 그리고 있습니다. 허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시작하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서, 부산시 공무원인 장호(김민재 분)는 밤에 사무실에 들어가 대외비인 도시개발계획 문서를 사진 찍어 만년 국회의원 후보 전해웅(조진웅 분)에게 넘깁니다. 이와 같이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밤에 몰래 들어가 비밀문서의 사진을 찍으면 무슨 죄가 성립할까요?

장호가 비밀문서를 꺼내서 사진만 찍고 제자리에 두어 훔치지 않았고, 비밀문서에 들어있는 도시개발계획 정보는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대외비’의 정보 사진 촬영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은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유체물로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채권 등의 권리는 유체물이 아니어서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은 아니지만 이러한 권리가 화체된 어음, 상품권, 예금통장 등은 유체물로서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입니다.

해, 달, 별 등은 유체물이지만 관리할 수 없으므로, 정보, 사상 등도 물리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므로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이 아닙니다. 당연히, 사람의 마음도 재물이 아니므로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고 하더라도 절도죄가 성립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장호에게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주거는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소를 의미하며 계속적 사용뿐만 아니라 일시적 사용도 포함됩니다. 주거의 설비, 구조를 불문하고 주거 자체를 위한 건물 이외의 부속물도 주거에 해당합니다.

관리는 사람이 사실상 지배, 보존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침입을 방지할 만한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춘 것을 말합니다. 반드시 출입이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할 정도의 설비일 필요는 없으나 단순한 출입금지의 표시만으로는 관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건조물은 벽, 기둥, 지붕으로 구성된 구조물로서 사람이 기거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하며 영구적인 구조물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공장, 학교, 병원, 극장, 상가건물, 230㎝x110㎝ 정도 되는 알루미늄 새시 구조물(담뱃가게), 골리앗 크레인 등을 말합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대외비’의 정보 사진 촬영


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 등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면 침입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직원이 절도 목적으로 출입이 자유롭던 사무실을 들어간 경우, 대리 시험 목적으로 시험장에 들어간 경우 등은 침입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인 백화점, 호텔, 상가건물, 식당도 절도, 도청 등의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면 침입이 됩니다.

비밀문서가 있었던 사무실이 장호에게 평소 출입이 허용되는 사무실이라고 하더라도 밤에 몰래 비밀문서를 사진 촬영하러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은 관리자에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침입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장호가 밤에 사무실에 들어가 도시개발 계획정보가 들어있는 비밀문서를 사진 촬영한 행위는 도시개발계획 정보는 재물이 아니라서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겠지만 주거침입죄는 성립할 것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대외비’의 정보 사진 촬영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대외비’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