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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서세원 생전에 “환갑에 얻은 딸, 제 삶의 전부"

입력 2023.04.21 12:32수정 2023.04.26 10:11
故서세원 생전에 “환갑에 얻은 딸, 제 삶의 전부"
캄보디아 현지에 마련된 임시 빈소에 서세원의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 / 사진제공=박현옥 아시아한인총연합회 부회장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중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사람은 한번 미운 털이 박히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한 번의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낳고, 갈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의 반복이다"(서세원)

1980~2000년대 초반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출신 방송인이자 영화 제작자 겸 사업가였던 서세원(67)이 지난 20일 조국이 아닌 타국 캄보디아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생전 인터뷰가 재조명받고 있다.

“환갑에 탄생한 딸, 제 삶의 전부”


그는 지난 2015년 서정희와 이혼한 뒤 이듬해 23세 연하 해금 연주자와 재혼했다. 특히 이혼 전인 2014년, 엘리베이터에서 전처를 폭행하는 영상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2014년 그는 아내 폭행건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특출한 개성과 재능으로 20년 넘게 방송가를 호령하며 인기를 구가했던 서세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 제작비 횡령, 해외도박 의혹 등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렸다.

2001년 영화 '조폭마누라'의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리며 영화 제작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지만 이후 제작한 '긴급조치 19호'(2002) '도마 안중근'(2004) 등이 잇달아 실패하며 부침을 켰었다. 2006년에는 방송사 PD 등에게 홍보비 명목의 뒷돈을 건네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결정타는 아무래도 2014년~2015년 32년 만에 이혼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사생활 문제다. 이후 방송을 떠나 은둔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지난 2020년 영화 ‘도마 안중근’이후 약 15년 만에 더팩트와 인터뷰하며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그가 캄보디아에서 3조원대 글로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다.

서세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환갑이 넘어 낳은 딸에 대해 “이혼 후 새 가정을 만난 건 운명”이라며 “더없이 행복하다" "무엇보다 환갑에 탄생한 딸아이는 제 삶의 전부"라고 말했다.

딸을 “가장 힘들고 고된 인생의 기로에서 저에게 빛을 안겨준 천사”라고 비유한 그는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모멘텀(동력)이 됐다” “방송인으로 살다 한순간 모든 걸 다 잃었지만, 이 아이를 만난 걸로 개인적으론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 사업을 따 낸 것도 어린 딸을 둔 아버지의 절실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언론을 피한 건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 때문인가. (이혼 관련)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함구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물음에는 “대중의 인기와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잘못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더 크게 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죄송한 부분이 많아 할 말은 없지만 저라고 왜 억울할 때가 없었겠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건 모두 다 인정한다는 게 아니라 항변해 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서정희와의 이혼 과정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지금은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각자의 평온한 삶을 기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론의 뭇매에 대해서는 “유명 연예인이어서 짓밟히듯 매도되는 건 부당하다”고 언급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한 개인의 삶과 인생은 누구한테나 소중하다" "유명 연예인이어서 짓밟히듯 매도되는 건 부당하다" "아픈 상처가 있다고 해서 행복했던 시간과 기억들까지 모두 지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서정희, 지난해 “전 남편 멋진 삶 기도”


앞서 지난해 서정희는 유방암 투병 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 남편의 행복을 빌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TV에 나온 엘리베이터 사건이 대중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별별 일을 다 겪었다”며 “결혼 후 나는 최고의 삶을 누렸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故서세원 생전에 “환갑에 얻은 딸, 제 삶의 전부"
방송인 서정희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뉴스1


“(결혼 후) 승승장구하는 남편을 뒀고 책을 쓰고, 인테리어 분야 경력도 꾸준히 쌓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열심히 해 행복했다. 많이 못 배운 나의 한을 풀어줬다”고 돌이켰다.

이어 “결혼생활 32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흉내만 내면 살았다. 사실 이혼의 원인은 내 책임도 없지 않다. 대중에게 내조 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숨겨진 반항 기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편에게) 순종하다가도 갑자기 싸늘하게 돌변해 말을 하지 않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진짜 서정희로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이혼녀, 엘리베이터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를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 이상 궁색한 변명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부디 새 가정을 꾸린 그분도 멋진 삶을 살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애도받지 못하는 쓸쓸한 죽음” 반응, 지인 “명복 빌어 달라”


서세원의 갑작스런 죽음이 알려진 후 세간의 시선을 여전히 따가웠다. “진짜 나쁜 짓하면 벌을 받는구나” “가정폭력범이었을 뿐” “그 누구에게도 애도 받지 못하는 쓸쓸한 죽음”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서세원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병원으로 달려간 주검을 확인한 지인 박현옥 한인회장은 21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정희씨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아 안타깝다. 당시 (서세원이) '난 남자고 서정희는 여자인데,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했다“며 고인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안타까워했다.

“캄보디아에서도 고인을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옆에서 본 서세원씨는 인간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내 영향을 받아 캄보디아로 이주했다"라면서 "지금도 한국에서 돌아가신 분을 흉보고 욕하는 분들이 있더라. 참 잘못됐다. 명복을 빌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매스컴에서 '몇 조 사업 한다'고 했는데, (서세원씨는) 돈이 하나도 없다"면서 ”정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어렵게 지냈다“ "현지 고위층한테 사기를 당했다“ ”일을 굉장히 많이 벌여 놔 큰 일"이라며 유가족,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모르는 어린 딸을 걱정했다.

딸 서동주 과거 기억 속 아버지 끔찍...사과, 했을까


서세원의 사망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잘 죽었네, 잘 죽었어, 소리 안듣게 잘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인생무상이다"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부부의 속사정을 전부 알 수 없지만, 딸 서동주의 자서전 속 아버지는 공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는 서세원이 엄마를 폭행했던 당시에 대해 "아빠는 엄마를 아파트 지하에 있는 요가 룸으로 불렀다. 불륜을 들킨 아빠가 집을 나간 지 두 달 만이었다. 아빠는 '이혼을 해줄 바엔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며…엄마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서동주는 "네가 뭔데 가운데서 부모 사이를 망치는 것이냐", "엄마 편을 들고 아빠 편을 안 드는 것은 패륜"이라는 질타까지 들어야했다고도 했다.

서세원은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공개된 선교 동영상에서 주변의 비난에 흔들리지 말라며 "이혼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주변에서) 얘기한다.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서세원은 지난 2019년 12월 캄보디아로 이주했다.
현지에서 목회 활동을 비롯해 미디어 및 대규모 부동산 건설, 병원 사업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외교당국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사업차 정착했던 서세원이 이날 한인병원에서 쇼크사했다. 평소 당뇨병이 있던 서씨가 이날 오전 11시께(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한인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사망했다.

故서세원 생전에 “환갑에 얻은 딸, 제 삶의 전부"
지난해 12월 24일 유튜브에 올라온 서세원의 설교 영상. (박현옥 선교사 유튜브) /사진=뉴스1

故서세원 생전에 “환갑에 얻은 딸, 제 삶의 전부"
생전 캄보디아에서 봉사 활동 중인 서세원 / 사진=박현옥 아시아한인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 뉴스1 /사진=뉴스1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