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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무명’ 백석현의 터져버린 눈물…생애 첫 우승 제주 SKT오픈에서 완성됐다

입력 2023.05.21 16:19수정 2023.05.21 17:28
KLPGA 회원 신분 49번째 대회 SK텔레콤 오픈에서 첫 우승
"멋있는 남편과 아들로 살고 싶다"
"대회 우승 위해 도와준 타이틀리스트에 감사"
‘길었던 무명’ 백석현의 터져버린 눈물…생애 첫 우승 제주 SKT오픈에서 완성됐다
이글퍼트를 넣고 환호하는 백재현 [KPGA 제공]

【서귀포(제주)=전상일 기자】 2타 차이로 맞이한 최종 홀(파4). 선두를 달리던 백석현(32)의 티샷이 헤저드에 빠졌다. 1벌타를 감수하고 친 두 번째 샷은 벙커에 빠졌다. 이태훈이 버디가 가능한 시점이라, 백석현이 역전패를 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백석현은 침착하게 공을 홀컵 1m 근처까지 붙였고, 이태훈은 승부를 건 롱버디 퍼트를 실패했다. 하지만 백석현은 침착하게 보기퍼트를 성공시켜 1타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첫 우승이자 ‘와이어투와이어(wire-to-wire)’ 우승이 완성되는 시점이었다. 동료들의 환호성과 물세례가 터졌고, 백석현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졌다.

백석현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이저급' 대회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백석현은 2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GC에서 펼쳐진 SK 텔레콤 오픈에서 마지막날 2타를 줄이며 나흘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한국 무대에서는 철저히 무명이다. 중학생 때 태국으로 건너갔고, 프로 데뷔도 태국에서 한 탓에 국내 팬들에게는 매우 낯설다. 이번 대회 우승도 KPGA 투어 데뷔 후 49번째 대회 만의 우승이다. 아시안투어 소속으로 참가한 것까지 합치면 56번째다.

‘길었던 무명’ 백석현의 터져버린 눈물…생애 첫 우승 제주 SKT오픈에서 완성됐다
환상의 벙커샷이 우승을 결정지었다 (뉴시스)

2010년 아시아투어에서 먼저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아시안투어 상금 순위 9위에 자리한 바 있다. 2014년 코리안투어 8개 대회에 출전해 제20회 신한동해오픈 공동 10회에 오르는 등 전 대회서 상금을 획득하는 활약을 펼쳤다.

2018년 군에 입대했고, 2020년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공동 33위에 올라 시드 대기자 신분으로 6년 만에 코리안투어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국내 무대가 만만치 않았다. 국내에서는 뚜렷한 실적이 없다. 작년 제네시스 상금랭킹 60위가 최고다. 팬들이 백석현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기회 조차 없었다.

백석현은 퍼팅에 약점이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볼을 보지 않고 퍼트하는 이른바 '노룩퍼트'라는 전략으로 운명을 바꿨다. "4m 이내 퍼트는 모두 볼 대신 컵을 보고 쳤다"라고 말했다. 거기에 평소 좋아하는 벤트 잔디 코스라서 자신 있었던 샷이 더 잘 된 것도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낸 비결이었다.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기록해 단독 선두로 나선 뒤 단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던 백석현은 2억6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4년 KPGA 투어 시드’까지 보너스로 획득했다. 백석현이 받은 우승 상금 2억6000만원은 이 대회 전까지 48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 2억3051만원보다 더 많다.

‘길었던 무명’ 백석현의 터져버린 눈물…생애 첫 우승 제주 SKT오픈에서 완성됐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0일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SK telecom OPEN2023 3라운드 6번홀에서 백석현이 트러블샷을 하고 있다.

백석현은 우승 직후 “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멋있는 남편, 아들로 앞으로도 남고 싶다”라며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통산 3승에 도전했던 이태훈은 아쉽게 1타차 2위로 마감했고,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는 5언더파 66타를 쳐 공동3위(10언더파 274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3언더파 68타를 친 아마추어 국가대표 송민혁과 1타를 줄인 이태희도 공동3위에 올랐다.

4R 공동선두로 출발했던 '낚시꾼 스윙' 최호성은 4타를 잃고 공동11위(7언더파 277타)로 밀렸다.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1인 2역을 맡은 최경주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 71타를 적어내면서 공동19위(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